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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증시' 머니무브…자산 이동이 만든 코스피 신기록

    출처: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5/09/17 09:56:51

    코스피가 345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 한 번 갈아치웠다. 불씨를 당긴 것은 정책과 금리였지만 지수를 밀어올린 진짜 힘은 부동산에서 주식·디지털 자산으로 향하는 ‘머니무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젊은 세대의 투자 패턴이 달라지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는 진단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중 3451.61까지 오르며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일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외국인이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다.

    전일 종가 기준 외국인은 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이 기간 4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금융·지주사, 로봇 관련주까지 동반 강세를 보였다. 대신증권은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가 확인되자 외국인 매수세가 금융·기술주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환경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해지며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됐다. 그러나 이번 랠리의 배경은 단순한 정책·금리 효과를 넘어선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자산 이동’이 증시의 구조적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30년물 모기지 금리가 6.35%로 1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주택 거래는 여전히 부진하다. 높은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탓에 젊은 세대는 부동산보다 주식과 디지털 자산을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도 유사하다. 서울의 PIR은 글로벌 주요 도시와 견줘도 상위권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0세 미만 투자자의 주식 계좌 수는 5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코인 투자 경험률도 40%에 이른다. 즉시 매매가 가능한 주식과 코인이 ‘포모(FOMO·놓칠까 두려움)’ 심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택 소유 불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식과 디지털 자산이 대안으로 부상했다”며 “특히 AI와 스테이블코인 밸류체인 같은 신산업 테마가 젊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단기 조정 신호도 감지된다. 지수가 3420선을 넘어서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며 원전·조선·K-컬처 종목은 하락했고 기관 매도세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400선은 심리적 저항선”이라며 단기 변동성 확대에 주의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머니무브라는 구조적 흐름은 여전히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는 한국 반도체 업종의 실적 기대를 키우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2위 자리를 굳혔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다날, 아이티센글로벌, 쿠콘 등 핀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 조사에서도 2030 세대의 디지털 자산 거래 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머니무브는 단순한 자산 선호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적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3400선 돌파에는 정책과 금리라는 단기 요인이 불씨가 됐다면, 자산 이동은 불씨를 지탱하는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젊은층의 투자 패턴 변화가 한국 자본시장의 무게중심을 옮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흐름이 유동성 환경 변화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김두언 연구원은 “한국의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주택 수요 제고 대책은 제약이 있다”며 “주식시장 관점에서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