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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시대, 재도약 꿈꾸는 유업체 3社3色 경영전략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3/28 10:11:18
저출산·고령화로 우유·분유 수요 우하향 곡선
서울 ‘원유 집중’ vs 매일 ‘사업 다각화’ 전략
새주인 맞는 남양, 경영정상화 후 신사업 추진
저출산, 우유 관세 철폐 등 유업계를 둘러싼 문제들이 점차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3대 유업체가 제각기 다른 경영전략으로 살길을 모색해 눈길을 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2022년 0.78명보다 0.06명 줄었다. 현재 인구 현상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이 2.01명 정도인데 이보다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해당 수치가 이보다 더 하락한 0.6명으로 전망됐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이 같이 극심한 저출산 문제는 국내 유제품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FIS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우유 매출은 2020년 2조4652억원, 2021년 2조1841억원, 2022년 2조1766억원, 2023년 2조1532억원 등 계속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분유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4314억원 규모던 분유시장은 2022년 2897억원으로 6년 만에 32.8% 줄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고물가 및 원유값 상승 여파도 있긴 하지만 저출산 흐름이 유업계의 근본적인 성장 동력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에 대응하는 유업계의 대응책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었다.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3대 유업체만 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처지는 같았지만 주력 사업 분야는 다소 차이가 난다.
먼저 서울우유는 당분간 국산 원유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에 집중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국산 원유를 활용한 신제품 출시, 판매 채널 확대 등을 통해 1937년 조합 창립 이래 첫 연매출 2조원 돌파라는 최대 실적을 달성해 효과를 봤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1000억원으로 전년(1조9684억원) 대비 6.68%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도 46%대로 확대됐다.
구체적으로는 국산 원유를 활용해 프리미엄 우유시장을 공략한다. 애초에 매일유업·남양유업보다 원유 활용법에 많은 관심을 쏟기도 했던 데다, 출산율이 떨어질수록 프리미엄 육아용품 시장은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현재 프리미엄 우유시장의 새 격전지로 떠오른 상품군은 ‘A2 우유’다. A2우유는 모유와 가장 유사한 단백질 구조를 갖춘 제품으로 그동안 해외에서 생산돼 대부분 수입 제품으로만 접할 수 있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9월 △서울우유 A2+ △서울우유 ABC우유 △서울우유 A2 milk △서울우유 A2플러스 등 A2우유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이미 마쳤으며, 올 상반기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A2우유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의 경우 환자식·건기식 부문 확장에 집중해 실적 돌파구 찾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밑 작업으로 지난해 ‘하트밀’이라는 상표권을 등록하기도 했다. 그동안 회사가 다뤄오지 않았거나 주요 라인업이 아니었던 건기식, 환자식 등 상품군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아직 신제품 출시 소식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환자 전용 식이요법이나 치료용 건기식 등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선천성대사이상 질환 아동을 위한 ‘하트밀 캠페인’ 등을 통해 굿즈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내고 있다.
식물성 음료도 매일유업이 주력하는 분야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아몬드브리즈’를 국내에 들여와 선보였고 자체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를 만들어 직접 제조·판매에 나선 이력도 있다. 국내 최초 단백질 성인 영양식 브랜드로 유명한 ‘셀렉스’도 보유했다.
2022년에는 지난해 SK와 미국 대체우유 단백질 기업인 퍼펙트데이(Perfect Day)와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 절차 등록을 마치고 나면 단백질 생성 유전자에 미생물을 결합·발효한 신제품 출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남양유업은 새 주인으로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를 맞이하는 올해가 그동안의 부진을 떨쳐내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일단 오는 29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를 무탈하게 마무리한 이후 회사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관건인 상황이다.
시장은 끝이 보이지 않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코 간 경영권 분쟁이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과는 달리 남양유업이 그간 한앤코가 요구하던 안건들을 이번 주총에 그대로 올렸기 때문이다. 한앤코 측 주요 인사 4명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 등이다.
남양유업은 오너일가가 법정 다툼을 벌이는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으며, 그간 대리점 밀어내기나 불가리스 사태 등 괴롭혀온 오너리스크도 많았다. 새 주인인 한앤코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각종 경영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나면 남양유업도 건강기능식품이나 케어푸드 등 기존에 추진하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 고령화 등 인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산업 성장의 한 축이 상실되고 있다. 오는 2026년 우유 관세 철폐도 이뤄질 예정이라 국산 우유 경쟁력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실적 타개 방안에 정답은 없기 때문에 이 분야 최전선에 나와 있는 유업체들이 저마다 추진하고 있는 사업 다각화 방안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기 만을 바랄 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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