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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의료대란’ 현실화…“병원 복귀하면 책임 묻지 않겠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2/27 11:28:47
정부 “29일까지 병원 돌아오면 앞선 책임 묻지 않겠다”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응급실 못 가는 분 있냐”
정부의 의학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전공의들이 병원 대거 이탈을 선언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곳곳에서 의료진의 부재와 중환자 진료 불가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
27일 의료 업계 등에 따르면 주말 사이 응급실에서 진료받기 위해 전화 ‘뺑뺑이’를 돌던 80대 환자가 사망했다. 이외에도 해당 심정지 환자는 병원 7곳을 돌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 이송에만 2시간 소요되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피해는 심화되고 있다.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26일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총 23건이다. 대전에서는 주말에만 18건의 응급실 지연 이송이 발생했다.
심성지로 숨을 거둔 환자도 주말에 발생했다. 23일 정오께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여성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옮겨졌지만, 전문의와 의료진의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의 이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심정지 53분 이후 대전의 3차 의료기관인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오전 1시께는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구급차로 옮겨졌지만 의료진 파업 등의 이유로 병원 8곳을 찾았지만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후 37분 만에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전일에는 30대 외국인 여성이 복통, 하혈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 14곳에서 거부당하면서 3시간 만에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산에서는 26일까지 이송 지연 건수가 42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6건은 부산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다른 시도로 이송됐다. 21일 오후 4시 20분께 부산 부산진구에서 다리를 다친 70대 여성은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결국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송이 가장 오래 걸린 시간은 약 2시간이다.
의사들은 정부와 언론이 의료대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필수 의료 체계를 감당하는 교수들이 병원에서 연속 160시간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책임지고 있다”며 “응급실에 못 가는 분 계시냐. 의료대란 일어났다고 부추기는 정부와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6일 전공의들의 복귀 마지노선을 29일까지로 못 박았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주재를 통해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29일까지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서면 점검 결과 지난 23일 오후 7시 기준 소속 전공의 80.5%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무단으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도 총 9006명으로 집계됐다. 100개 병원 소속 전공의의 72.3%에 달한다.
전체 의사 930명 가운데 192명에 해당하는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분당서울대병원은 전문의들이 전공의를 대신해 당직 근무에 투입됐다. 정형외과 등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진료는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병원은 비응급 수술 일정을 지연시키며 최대한 응급 수술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응급실, 암 병동, 중환자실의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보다 수술 대기 기간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충북대병원 응급실과 도내 유일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전문의가 3~4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고 있다. 충남 천안 소재 대학병원도 교수들이 각 병동에서 숙식하면서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돌보고 있다.
전남대병원에서는 일부 중환자실 전문의들이 ‘번 아웃’을 호소하면서 이탈 전공의 일부가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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