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회장이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제조시설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졌다.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 1심 무죄로 ‘경영 족쇄’가 풀리며 뉴삼성 구축에 힘이 실릴 것으로 봤으나, 검찰 항소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선 삼성의 인수합병(M&A)·투자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리더십을 발휘, 미래 성장을 위한 현장 경영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는 시각도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주주총회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보수 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다.

재계 시선이 집중됐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 무죄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해 2심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삼성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법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복귀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 일각의 해석이다. 앞서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2016년 10월 등기이사인 사내이사에 선임됐지만 임기 중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 2019년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삼성 안팎에선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통한 책임 경영 강화, 주주 신뢰 회복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재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와 관련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20일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와 관련해 “경영적인 판단의 문제이고 주주나 회사 관계자 또한 이해관계자 여러분들의 의견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 준법감시위원회로서는 그 부분에 대해 단정 지어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책임 경영을 좀 더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등기이사로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시점에서 복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재계의 시선은 삼성의 M&A나 신기술 투자 등의 향배에 맞춰져 있다. 삼성의 초대형 M&A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멈춘 상태다.

다만 이 회장은 등기이사 복귀 사안과는 무관하게 책임경영 행보를 잇고 있다. 사법 리스크 지속에도 국내외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 미래 먹거리 확보·점검에 방점을 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은 1심 무죄 선고 이후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생산법인을 찾은데 이어, 귀국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국내외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대규모 M&A 등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재계 일각에선 앞으로도 이 회장이 등기이사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그룹 총수로서 미래 먹거리 육성과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사업 개발 컨트롤타워 격으로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을 적극 활용해 M&A와 투자 등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