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위치 :뉴스
[기후플레이션②] 날씨 따라 식품업계 울었다 웃는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3/15 10:38:58
원재룟값 급등에 수익성 악화…엘니뇨→가뭄→흉작→설탕 가격 상승
CJ제일제당, 바이오산업 영업익 ‘뚝’…“원재료인 원당 가격 상승 부담”
‘옥수수 가뭄’ 대상도 소재 부문 부진…라면업계, 밀 가격 인하에 실적↑
올 초 곡물 가격 2021년도 수준 회복…“식품업계 투입 원가 부담 완화”
폭염, 폭한, 가뭄, 홍수, 수퍼 태풍, 괴물 허리케인, 엘리뇨(해수면 온도 상승), 라니냐(해수면 온도 하강)…. 기상 이변은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됐다. 이는 곧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야말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작황 부진으로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금값이 됐고, 이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업체들은 “남는 게 없다”며 아우성이다.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이 잦아지면서 패션업계의 한파 특수도 사라졌다. [EBN]은 이상 기후가 가져온 우리 유통업계의 변화와 대응책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가 원재룟값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엘니뇨 발생으로 가뭄이 들어 원당(설탕) 생산국의 생산량이 감소한 결과 슈거플레이션(설탕 가격 상승으로 가공식품 가격 상승)이 발생했고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옥수수 수확량도 급감하면서 국내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회사도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올해들어 연초부터 주요 곡물 가격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주요 식품업체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들이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제외)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7조8904억원, 영업이익 81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4.7%, 35.3% 줄어든 수치다.
특히 바이오산업 영업이익은 689억원으로 전년(6367억원) 대비 89.1%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은 “원재료인 원당 가격 상승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제 설탕 가격은 브라질, 인도, 태국 등 주요 사탕수수 생산국이 엘니뇨에 따른 이상 기온으로 흉작을 겪은 탓에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주요 설탕 생산국의 생산량 감소로 설탕 가격은 9.1% 상승했고 저점 대비 고점을 기준으로는 54.7% 올랐다.
설탕 수확량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엘니뇨는 2019년 11월~2020년 3월 발생한 이후 4년 만에 발생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게 유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엘니뇨는 폭염, 가뭄,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유발해 곡물 수확량에 악영향을 미친다. 엘니뇨 발생 시 수확량이 급감하는 작물은 사탕수수, 옥수수, 등이다. 실제 엘니뇨 발생 시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은 2.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도 기후변화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상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1098억원, 영업이익 12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 줄었다. 대상은 식품과 소재를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식품부문은 청정원을 중심으로 미원, 순창고추장, 종가 김치 등을 판매한다. 소재 부문은 전분·전분당 사업과 바이오 사업으로 나뉜다.
대상은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소재시장 불황에 따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도 소재사업 매출(9912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5.48% 감소했다. 대상은 옥수수 투입 원가 부담에 따라 매출 규모가 축소됐다고 밝혔다.
실제 대상의 소재사업인 전분·전분당 생산에 쓰이는 원재료 비율 중 옥수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62.1%에 달한다. 주요 옥수수 생산국에서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치솟자 대상의 원가 부담도 커진 것이다.
반대로 기후변화에 따라 웃음 지은 식품업체도 있다. 라면업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4106억 원, 영업이익 212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9%, 89.1% 증가한 수치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1929억 원, 영업이익 146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영업이익은 62% 증가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4545억 원, 영업이익 2548억 원을 기록했다고 19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5%, 37.3% 오른 수치다.
해외에서 ‘K-라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수출 호조를 보인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밀 농사가 풍작을 거두면서 원재룟값이 떨어진 점도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EU(유럽연합)에선 프랑스, 헝가리, 이탈리아 등지에서 양호한 생육으로 밀 생산량 톤(t)수가 늘어나면서 전년에 고온 건조한 기상으로 인한 작황 부진을 털어냈다. 러시아에선 봄철 강우로 겨울 밀 단수가 증가하면서 작황 호조를 보였다.
밀 선물가격은 지난 2022년 5월 t당 419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말 기준 196달러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53% 하락한 수치다. 라면 3사는 지난 2022년 원재룟값 상승을 이유로 일제히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농심은 주요 제품 평균 11.3%, 오뚜기는 11%, 삼양식품은 9.7% 올렸다.
원재룟값 하락에도 라면 3사가 인상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자 정부는 지난해 6월 라면 3사를 압박했다. 이후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내렸고, 오뚜기는 라면 15종의 가격을 평균 5%, 삼양식품도 라면 12종 가격을 4.7% 인하했다. 그러나 전년 인상률 대비 인하율은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가격 인하에 따른 실적 악화는 없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의 풍·흉작으로 지난해 식품업체 간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올해는 대부분의 식품업체가 웃음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곡물 가격이 2021년 수준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주요 설탕 생산국인 인도 정부가 사탕수수를 활용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 규제를 발표하면서 설탕 선물 가격이 8%가량 떨어졌다. 또 다른 주요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이 설탕 생산을 늘리고 있는 점도 호재다. 최근 브라질 농산물공급공사(CONAB)는 2023~2024 수확 연도 생산량 전망치를 지난해 8월보다 15% 상향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소맥과 옥수수, 대두 등 곡물 가격이 이미 2021년 수준으로 회귀했다”면서 “올해에는 곡물 가격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게 나타나 식음료 기업들의 투입 원가 부담 완화가 기대되고 지난해 부진했던 기업의 수익성 회복 강도도 세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