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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플레이션①] 출구 없는 작황부진…과일, 부자의 식품이 되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3/15 10:38:38

    치솟는 과일價, 소비자 물가까지 끌어올리는 추세

    회복 안되는 생산·공급량, 소비량까지 줄어 ‘金값’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잦게 나타나면서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잦게 나타나면서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 폭한, 가뭄, 홍수, 수퍼 태풍, 괴물 허리케인, 엘리뇨(해수면 온도 상승), 라니냐(해수면 온도 하강)…. 기상 이변은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됐다. 이는 곧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야말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작황 부진으로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금값이 됐고, 이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업체들은 “남는 게 없다”며 아우성이다.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이 잦아지면서 패션업계의 한파 특수도 사라졌다. [EBN]은 이상 기후가 가져온 우리 유통업계의 변화와 대응책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가 농작물 작황에 심각한 타격을 주면서 물가마저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반년째 치솟은 사과 가격은 다른 과일값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애플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까지 새로 만들었다.


    과일값 상승률과 전체 평균 물가 상승률 격차도 39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면서 과일 소비가 빈부의 척도가 될 것이란 씁쓸한 전망도 나돌고 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번달 평균 사과 10개당 평균 소매가격은 3만3원으로 1년 전(2만2847원)보다 31.3% 올랐다. 월평균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3만1068원) 이후 5개월 만이다. 특상품은 1개당 1만원 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사과값 상승은 다른 과일 전체로 번지고 있다. 감귤 10개당 평균 소매가격은 5867원으로 1년 전(3504원)보다 67.4%나 뛰었다.


    토마토의 경우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기상 여건까지 악화하면서 이번 달 기준 가격이 1㎏당 8888원으로 1년 전보다 27.6% 올랐다. 제철인 딸기도 작황 부진으로 전년보다 12% 치솟았다. 사과 가격이 다른 과일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사과가 비싸면 귤을 사 먹는 등 과일은 품목끼리 서로 대체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한 품목 값이 오르면 다른 품목 가격도 함께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계청에서 조사한 지난달 과실류 물가는 1년 전보다 40.6% 뛰었다.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3.1%)에 비해 37.5%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과실류 물가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39년만에 가장 큰 격차다.


    정부는 사과값 폭등 원인에 대해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이상 저온 현상으로 인한 서리,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 탄저병 등 병해충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기후 악조건에 따른 생산량 감소 현상은 자정능력으로 회복되기 마련이지만 이상기후 현상이 복구할 새 없이 잦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기후 위기와 농업·농촌의 대응’ 보고서에서 “2010년 후반 이후 기후 관련 피해가 잦아졌고 특히 2020년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태풍으로 최근 10년 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과일 재배 면적은 장기간에 걸쳐 축소되는 추세로 나타났다. 농경연의 ‘농업전망 2024’에 따르면 2000년 17만2970㏊였던 과일 재배 면적은 2022년 15만8830㏊까지 줄었다.


    농경연 보고서에 따르면 사과 재배면적은 올해 3만3800㏊에서 2033년 3만900㏊로 8.6% 감소한다. 여의도(290㏊)의 10배에 달하는 면적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사과 생산량은 올해 50만2000t에서 2033년 48만5000t 내외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악순환 속도를 높이는 요인은 또 있다. 농업인구 고령화도 생산량·공급량 감소로 이어진다. 농경연은 지난해 ‘인구감소와 기후변화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2019년 971만명 수준인 농촌인구가 2050년에 840만명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 전체 농가 인구는 2022년 217만명으로 2013년의 285만명에서 68만명 감소했으며 65세 이상 비중은 절반인 49.8%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2015년 20.9%에서 2050년 30.7%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생산량은 줄고 가격은 높아지면서 과일 소비력도 떨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 농림축산 주요통계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은 2007년 67.9㎏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과일 소비량은 경제 성장에 힘입어 1980년 22.3㎏에서 1990년대 50㎏대까지 늘었고 2005년 60㎏을 돌파했다. 그러나 1인당 과일 소비량은 2018년부터 50㎏대로 줄어 2022년 55.0㎏으로 2007년보다 19% 감소했다.


    고령화와 기후변화가 과일 생산과 소비를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과일 가격을 안정을 위해 가격 강세 품목에 대해 최대 40% 이상 할인을 지원하고 비정형과와 소형과 공급을 이어갈 방침이다.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등 기존 수입과일 할당 관세 품목에 만다린과 두리안도 추가해 수요를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3~4월 중 204억원을 투입해 사과, 대파 등 13개 품목 납품단가 인하를 지원해 유통업체 판매가격 인하에 연동되도록 하겠다”며 “같은 기간 할인지원 사업 예산도 23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입 과일 확대가 농가 소득에 악영향을 끼쳐 다시 재배 면적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장 물가만 내리겠다는 식이 아니라 국내 과일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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