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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플레이션③] 사라진 ‘한파 특수’…패션街 사업 방향까지 흔든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3/15 09:54:51
이상고온 현상으로 ‘고마진’ 의류 판매율 부진
성수기 사라지고 실적·재고관리에 업계 ‘곡소리’
경량 패딩 등 상품군 재편성으로 우선적 대응
친환경 섬유 확대하며 능동적 움직임도 늘어
폭염, 폭한, 가뭄, 홍수, 수퍼 태풍, 괴물 허리케인, 엘리뇨(해수면 온도 상승), 라니냐(해수면 온도 하강)…. 기상 이변은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됐다. 이는 곧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야말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작황 부진으로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금값이 됐고, 이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업체들은 “남는 게 없다”며 아우성이다.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이 잦아지면서 패션업계의 한파 특수도 사라졌다. [EBN]은 이상 기후가 가져온 우리 유통업계의 변화와 대응책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지구를 덮친 이상고온 현상이 패션업계 사업 방향까지 뒤흔들고 있다.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이 잦아지면서 ‘한파 특수’가 점차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가을·겨울철(F/W) 의류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에다 마진율도 높기 때문에 패션기업들의 근본적인 성장 동력이 된다. 그러나 시즌 자체가 예전처럼 성수기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서 개별 기업들은 재고 관리나 실적 증대 등 작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다 연이은 ‘날씨 악재’로 내내 불안감에 떨던 패션업계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에 나섰다. 우선 상당수의 기업들은 변화하는 평균 기온에 맞춰 주력 상품군을 재편성 중이며, 일부 기업들은 친환경 섬유 활용 비율을 늘리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FW시즌 주력 상품군 바뀌고 ‘박리다매’ 성향 짙어져
최근 대부분의 패션기업들은 고가 브랜드나 SPA 브랜드 너나 할 것 없이 겨울철 주력 상품군 무게 추를 롱패딩, 푸퍼패딩 위주에서 크롭 패딩, 경량 라이트재킷, 퍼플리스 집업 등으로 옮겼다. 단가가 높은 의류보다 상대적으로 박리다매 성격을 띨 수밖에 없지만, 당장의 기온 변화에 맞춰 매출을 방어할 방법은 상품군 재편성뿐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카카오스타일의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숏패딩 거래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무려 135%로 집계됐다. 따뜻한 겨울 날씨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활동성이 뛰어나고 가격 부담이 적은 디자인을 선택하고 있으며, 해당 상품군이 겨울 의류 매출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방증했다.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패션기업 입장에서는 기온 변화와 패션 트렌드를 따라 상품군을 발 빨리 재편하는 것이 방대한 재고 소진에도 도움이 된다. 고물가 및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가 위축한 탓에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주요 패션업체 재고자산 장부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0% 증가율을 보였다.
주요 업체별로 △LF 13.7%(4361억원→4962억원) △한섬 16.5%(5597억원→6522억원) △F&F 19.6%(3288억원→3932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 4.8%(3221억원→3376억원) 등 일제히 재고가 늘었다. 지난 4분기부터 연초까지도 비슷한 업황이 이어졌던 터라 현재 재고 규모는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기온이 들쑥날쑥하면 소비자들은 통상적으로 높은 날씨에 의류 구매 기준을 맞춘다. 간혹 날씨가 추워지더라도 기온이 높은 날이 잦아지면 ‘조금만 버티면 따뜻해진다’고 생각하며 단가가 높은 롱패딩 등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기온 변동, 트렌드의 변화,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등을 직통하는 상품군으로 재빨리 시장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재고도 단숨에 늘고 이후 사업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섬유 사용 확대 등 ‘근본적’ 해결책 모색도
기후 변화에 따라 패션업계가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잔여 의류를 업사이클링하거나 친환경 섬유소재 사용 비율을 확대하는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친환경 섬유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의식 퍼진 영향이다.
실제로 세계 친환경 섬유시장은 2021년 489억달러(한화 약 64조4453억원)에서 2030년 1019억 달러(한화 약 134조2940억원)로 연평균 8.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섬유시장에서의 비중도 2021년 4.9%에서 2030년 7.2%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13일 개막한 국내 최대 규모의 섬유 박람회 ‘2024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서도 패션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슷했다. 다변화된 소비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적응성(ADAPTABILITY)’이 주제로 꼽혔으며,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새로운 섬유 비즈니스 모델이 주요 전시 대상 중 하나였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 중립이나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재생 소재로 원단을 생산하기 위해 기술력과 설비를 구축하는 패션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출시 제품 일부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하는 기업들도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친환경 섬유패션 수요 창출을 위해 정부의 공공조달이 늘고 소재 개발을 위한 지원책도 늘어난다면 기후 변화 등 패션업계 위기를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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