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위치 :뉴스
사회적 비용·갈등 줄이자는 금감원…은행, ELS보상안 선택지는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3/12 08:56:45
배임 소지 불거질 가능성에 은행 내부적으로 고심
일단 법원행보다 당국과 함께 해결하는 것에 ‘방점’
‘사회·경제적 비용 줄이자’ 당국 메시지에는 ‘공감’
“조단위 부담” vs “당국, 은행에 실질효익 더 제공해야”
“ELS는 판매 20년된 공모펀드로, 불완전 판매 소지도 많지 않아 배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것 같아서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습니다.”(A은행 고위 임원)
“일단은 법원행보다는 자체 해결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갈 것 같습니다. 물론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만만치는 않겠지만요. 주식회사 이사회(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한방의 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도 회사의 대리인일 뿐이거든요.”(B은행 고위 임원)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액 분쟁조정 기준안과 관련해 은행들이 대응책 검토에 착수했다. 은행들은 금감원 기준안에 선뜻 전향적으로 나서지는 못하면서도 “사회·경제적 비용(소송·갈등)을 줄이자”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공익적 메시지에는 수긍하는 모습이다.
다만 판매된 ELS 계좌가 40만개에 이르는 데다 배상기준안이 가입자 개인 요건과 20여개 요소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당국 의도만큼 빠르게 전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적인 관측이다.
배상안이 발표된 만큼 이제 공은 ELS 판매사로 넘어갔다. 판매사는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를지를 정한 뒤 자율배상(사적 화해) 여부를 결정한다. 판매사가 자율배상을 하지 않게 된다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조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감원은 대표 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오는 4월께 실시할 예정이다. 분조위는 통상 2~3개월 정도 걸리는데, 외부 전문가로 이뤄지는 객관적 의사결정 기구란 점에서 일정부분 효력을 갖고 있다. 판매사와 소비자 집단 중 누구라도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배상문제는 법정으로 가게 된다.
금감원이 배상기준안을 먼저 제시한 데에는 판매사가 자율적으로 배상(사적 화해)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위해서다. 이 원장도 전일 브리핑에서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판매사와 투자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며 금융기관에 자율적 배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배상기준안에 대한 은행들의 입장은 반신반의다.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를 위해 이 사태를 효율적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대형은행의 경우 배상비율이 최소 30%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는 만큼 조단위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는 추산이 나와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가중 요인 등을 고려해 배상비율이 평균 40%까지 올라가는 경우에는 KB금융이 약 1조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약 2000억~3000억원 규모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H지수 ELS는 은행 판매 규모만 15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물량의 30~40% 수준을 가입자에 돌려줘야한다면 4~6조원 이상을 배상해야 하는 셈이다. 은행별 판매 규모는 KB국민은행 8조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규모다.
은행권에서는 손실 확정 ELS를 기준으로 예상 배상규모 시뮬레이션에 착수했다. 상당수 은행은 ELS 익스포저(관련금액)가 가장 많은 대형사 선택을 지켜보면서도 금감원 배상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A은행 고위 임원은 “법원 행보다는 자체 해결(당국과 논의)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갈 것 같다”며 “배상 노력을 참작하겠다는 금감원의 인센티브에 실질적인 효익이 더해질 수 있다면 더 빠른 의사결정이 날 유인이 있다”고 밝혔다.
B은행 관계자도 “은행 입장에선 금융당국을 계속 마주해야 하는 데 당국이 말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자’는 메시지가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금융당국과의 논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은행권 내부적으로는 배임에 대한 우려 적지 않은 상황이다. C은행 관계자는 “은행 돈으로 경영진 징계를 낮추는 효익을 얻었다는 논리가 고개를 들면 배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일단 ELS 관련 ‘확인된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명확히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합당한 배상을 하는 게 맞다”는 입장다.
은행연합회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ELS 사태에 대해 “죄송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은행권 공통적인 상황과 은행별 개별적인 상황 등을 기반으로 업계와 소통해 적정 배상 비율을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산업 미래는 고객 자산관리에 달렸다”며 “은행과 연합회 차원의 (투자상품 등 업계 이슈) 자율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건전성과 수익성을 관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민간 은행의 근간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