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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15세 ‘꿈’ 앗아간 모터스포츠 참사···‘선수·학부모’ 눈물만 흘렸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3/04 08:58:30

    작년 11월 청소년 모터스포츠 대회 사고 속출

    “예견된 사고” 국가대표 선수 반년 이상 치료

    대회 주최 및 주관 ‘KARA-인제스피디움’ 부실

    인제군, 안전사고 지적된 대회 공식 후원사 지적

    “조직 내부 인식 낙제점·은폐된 사고 더 많을 것”

    이재현 선수는 6개월 이상 재활치료와 함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리치료까지 이어가야 한다 [사진=EBN]

    이재현 선수는 6개월 이상 재활치료와 함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리치료까지 이어가야 한다 [사진=EBN]



    모터스포츠 참사가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12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청소년 대회다. 국가대표 카트(KART) 청소년 선수 어깨뼈가 부러진 큰 사고다. 정황상 타 경주차의 2차 가해가 이어졌을 경우 선수의 생명도 위태로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재현 선수(가명. 서전중학교 3학년)는 응급으로 3시간여 수술을 해야 했다.


    이 선수는 ‘우측 상완골 근위부 골절’ 후유증으로 6개월 이상 재활치료와 함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리치료까지 이어가야 한다. 전도유망한 청소년 선수는 사고 트라우마로, 학부모는 자식의 장래에 대한 걱정에 눈물만 흘릴 뿐이다.


    이재현 선수는 사고로 인해 작년 연말 바레인에서 열리는 국제 카트 대회 출전권도 반납해야 했다. 모터스포츠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특히 청소년 스포츠 경기는 여느 경기보다 철저한 안전 보호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대한체육회의 가장 중요한 기조이다.


    하지만 ‘포뮬러 1(F-1)’ 선수의 꿈을 키웠던 한 청소년 꿈은 대회 주최 측 대한자동차경주협회(협회장 강신호)와 주관 인제스피디움(대표 이승우) 그리고 후원사인 인제군(군수 최상기)에 의해 꿈을 접을 위기에 놓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풀뿌리 종목 ‘카트(KART)’ 발전과 모터스포츠 선수 육성이라는 기치 아래 열린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KKC)’ 때문이다. 안전불감증과 이미 예견된 안전사고. 총체적인 허점투성이에 졸속인 대회는 우리나라 모터스포츠를 관장하는 유일한 기구인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가 공인했다.


    이재현 선수 사고 현장 [제공=독자]

    이재현 선수 사고 현장 [제공=독자]



    4일 익명을 요구하는 모터스포츠 다수의 대회 관계자 및 〈EBN 산업경제〉 취재를 종합해 보면 이 대회는 창설 전이 치러지기 이전부터 KKC 인제스피디움 카트 대회의 부실은 이미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 [단독] ‘불법 쉬쉬’ 인제스피디움 이승우號, 인제군 행정 무시 ‘무허가 시설’ 운영. [단독] KARA-인제스피디움, 유소년 꿈나무 대회 ‘불법地’ 개최 논란〉 과도한 보여주기식 성과가 결국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업계에 악영향을 끼친 대회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는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KKC) 최종전이 열린 지난해 11월 12일 오전에 발생했다. 당시 대회가 열린 강원도 인제군 인제스피디움의 날씨는 영상 1~6도로 낮은 기온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선수들의 체감 온도는 영하의 기온이다. 이날 차가운 날씨에도 선수들은 보온을 유지할 마땅한 장소도 없었다.


    척박한 환경에 노출된 선수들의 몸은 얼어붙었을 터.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부담감과 우승이라는 승부욕에 내몰린 7~14세 이상의 선수들의 경쟁은 과열됐다.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주최 측과 주관사 누구도 선수들에게 주의를 당부하지 않았다는 게 대회 참가자 및 다수 학부모의 증언이다.


    대회 당일에도 KARA 측의 형식적인 드라이버 브리핑뿐. 이 선수 사고 이전에 이미 다른 선수들의 1차 사고가 발생했다. 출전자인 A선수와 B선수의 경기 중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경기는 중단됐고 선수들은 응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행. 대회 심사위원회의 심사 판정 결과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되어 대회는 이어졌다.


    당시 B선수에게 최소 ‘주의’ 판정과 함께 출전 선수들에게 안전사고의 경각심을 줬다면 추후 결승 경기 때 이재현 선수와 같은 불상사는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게 출전 선수 및 관계자의 증언이다. 최종전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대회 주최 측의 조급함과 안일한 대회 운영이 총체적으로 허술한 대회로 전락시켰다.


    이재현 선수 학부모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변화의 기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떠한 스포츠 든 사고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재현이와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며 “경기전 심사위원회에서 항상 안전을 강조하지만 그 안전은 선수들에게 스포츠맨십만 강조할 뿐 원론적인 변화는 어디에서 챙겨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공인된 대회, 주최·주관 ‘매뉴얼’ 없다?

    이재현 선수는 KARA와 주관사의 방치속에  ‘우측 상완골 근위부 골절’ 로 3시간 수술을 받았다 [제공=독자]

    이재현 선수는 KARA와 주관사의 방치속에 ‘우측 상완골 근위부 골절’ 로 3시간 수술을 받았다 [제공=독자]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KKC)은 ‘응급 매뉴얼’이 없다. 7세부터 출전하는 사실상 청소년 대회이다. 일반 성인이 출전하는 대회보다 강화된 안전 및 응급 매뉴얼이 필요한 대회다. 〈EBN 산업경제〉 취재진은 대회 주최 측인 ‘KARA’에 안전과 관련하여 KKC 응급 매뉴얼의 여부를 확인했지만, KARA 측은 “관련된 매뉴얼을 외부에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실상 ‘응급 매뉴얼’ 자체가 없었다는 게 익명을 요구하는 대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포츠안전관리 매뉴얼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스포츠 현장의 안전관리 강화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포츠 대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예측, 대응, 사고 수습, 처리 등을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각종 스포츠 단체는 사고 발생 시 관계자(주최·주관)가 빠른 대응으로 원활한 대회와 사고 선수 및 관계자의 보호에 비중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KKC 대회는 이렇다 할 안전 및 응급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사자인 이재현 선수 및 학부모는 사고 발생 이후 “사고와 관련하여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해야 할지 몰랐다”고 증언했다.


    즉 대회 주최 및 주관사가 사고 발생 이후 예방조치 시뮬레이션을 단 한번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관 기관과의 안전 관리 체제 구축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대회를 위해 유관기관인 경찰서·소방서·병원 등 어느 한 곳도 지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응급대처 능력도 부족했다는 게 사고 학부모 측의 증언이다.


    인제군의 대회 후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제군 측은 KKC 대회 후원에 대해 “(KKC측이) 임의로 대회에 후원 로고를 사용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예방 계획이 미수립된 대회에 인제군이 후원사로 등재됐고 지역 관광 분야 안전관리 강화가 부실한 탁상행정에 따른 후원이었다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긴 지자체로 남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KARA의 탁상행정과 함께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신뢰도에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다”며 “자동차경주협회의 특성상 안전에 대한 강도 높은 기준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부의 인식은 낙제점이며 안전불감증의 사례는 이재현 선수 이외 은폐된 사고는 더 많을 것이다”고 전했다.


    강신호 대한자동차경주협회장 [제공=KARA]

    강신호 대한자동차경주협회장 [제공=K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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