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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은 죄인?’…정부는 “상생과 공정” 주주는 “더큰 환원”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1/17 09:17:35

    금융당국 거센 압박에 은행 상생금융 ‘2조원+α’ 재원 마련

    공정위, 은행권 금리담합 조사→제재 검토 “정보교환 효과”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 탓 ‘최악 상황’→은행 잠재위험

    주주 환원 요구도 거세져…행동주의 펀드 “배당률 높여라”

    상생금융에 대한 정부의 압박을 비롯해 은행 금리에 대한 경쟁당국의 눈초리까지 매서워지면서 은행업권이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고 있다. [제공=연합]

    상생금융에 대한 정부의 압박을 비롯해 은행 금리에 대한 경쟁당국의 눈초리까지 매서워지면서 은행업권이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고 있다. [제공=연합]

    은행업권이 상생 금융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우려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커진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환원 확대 요구까지 겹치며 삼중고에 처했다. 여기에 금융감독 당국의 압박 강도 수위도 놓아지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시작되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 파트너스 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KB·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 등 국내 7대 금융 지주사에 “작년에 약속했던 주주 환원 정책을 충실하게 이행하라”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은 JB금융의 2대 주주(지분율 14.04%)이면서, 다른 지주사 6곳에 대해서도 각각 1% 내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얼라인은 지난해 1월 이들 지주사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 환원하라’고 공개 요구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섰다.


    얼라인은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방식에 대해서는 현재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된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지주사들은 대출자산 증가 속도를 조절할 것과 자사주 추가 소각 등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와 소비자들로부터 ‘이자장사’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고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금융 재원을 마련하고 정부의 매서운 조사를 받는 데 이어 주주들마저 기존보다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고 경영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대출 금리를 향한 경쟁당국의 매서운 눈초리도 마주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B국민·하나·신한·우리 등 4대 은행의 담보대출(LTV:담보인정비율) 거래조건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제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LTV를 낮추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LTV가 낮을수록 소비자 대출 가능 금액은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은행이 가진 위험성은 줄어든다.


    공정위는 최근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에 조사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LTV(담보인정비율)를 낮추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LTV가 낮을수록 소비자 대출 가능 금액은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은행이 가진 위험성은 줄어든다. [제공=픽사베이]

    공정위는 최근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에 조사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LTV(담보인정비율)를 낮추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LTV가 낮을수록 소비자 대출 가능 금액은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은행이 가진 위험성은 줄어든다. [제공=픽사베이]

    쟁점은 타행의 LTV가 은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에 있다. 공정위는 은행끼리 공유하는 그들만의 ‘LTV 비율 범위’가 암묵적 합의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은행은 관련 정보를 참고만 했기 때문에 담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정위는 담합을 통해 LTV를 낮춰 리스크를 줄였다고 보고 있는데 LTV를 낮추면 은행은 대출 실적이 더 적어지기 때문에 실제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 같은 경쟁당국의 압박에 더해 금융당국이 사실상 강제화한 상생금융 정책도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총 ‘2조원+α’에 달하는 상생금융은 올 한해 비용으로 처리될 금액이다.


    설상가상으로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 탓에 두 업종의 건전성 지표가 2017∼2018년 이후 5∼6년만에 최악의 상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은행+비은행)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1년 전 2022년 3분기(580조8000억원)보다 4.8%, 2년 전 2021년 3분기(497조6000억원)보다 22.3% 늘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을 따로 봐도, 두 업종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115조7000억원·492조8000억원)가 가장 많았다.


    4대 은행[제공=연합]

    4대 은행[제공=연합]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의 통계를 감안하면 현재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건전성 지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후 가장 나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판매한 상품 리스크도 올 상반기 조단위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4대 은행이 2021년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에서 이미 1000억원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H지수가 지금처럼 5400선에 머무르면 올 상반기 원금 손실액은 5조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주요 판매처인 은행·증권사 12곳에 대한 현장 검사에 들어간 가운데 불완전 판매가 입증되면 판매사가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해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경영 환경 변화를 비롯해 더 많은 사회적 역할을 수용하면서 디지털 기술까지 장착해야 하는 중대기로를 맞이했다”면서 “이같은 외부 환경 변화가 은행을 사면초가로 내몰지, 건전한 성장으로 이끌지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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