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위치 :뉴스
[일자리가 복지다-인터뷰] “변화하는 근로환경에 노동자 중심 변화 필요”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1/15 10:01:06
흔히 ‘일자리가 복지’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없다면 인간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시대엔 더욱 그러하다. AI(인공지능)와 로봇,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자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EBN>이 연중 기획으로 일자리 문제를 재조명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노멀(새로운 기준)’ 시대를 맞아 일자리 변화를 들여다보고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김한주 금속노조 언론부장 서면 인터뷰
작년 청년층 취업자 9.8만명↓…경제 악영향
"중·소·영세 사업장 채용 감소 해결하려면 저임금 구조 개선해야"
“노동시간 단축 이뤄져야…근로 환경의 안정·일자리 창출 가능"
지난해 취업자 수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올해는 고금리, 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내수 부진 영향으로 취업자 증가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2만7000명(1.2%) 늘었다. 이처럼 취업자 수가 소폭 늘었지만, 2020년(81만6000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게 증가한 것이다.
더군다나 취업자 수가 늘긴 했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오히려 9만8000명 줄었고, 40대 취업자 역시 5만4000명 줄어 2022년(+3000명) 이후 1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청년 인구의 감소와 전년 기저효과 영향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활동에 허리 역할을 하는 이들의 취업률 감소는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경제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현장 근로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일자리 확대를 위해선 저임금, 고위험, 장시간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래는 김한주 금속노조 언론부장과의 서면 인터뷰다.
올해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 많은데, 기업 채용이 늘어날 방안이 있는가?
대기업은 어려운 시장환경에도 소폭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이윤 독점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나머지 중·소·영세 사업장은 지불 능력을 상실하고 한계기업의 비중이 늘고 있다. 동시에 2021년 제조업 분야에서 1000명 이상 사업장의 종사자 수는 47만2867명, 100인 이하 사업장 종사자 수는 212만1923명에 달하는 등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기업이 이윤을 남겨 그만큼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다른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채용하지 못한다면 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일자리 감소가 된다. 대기업은 이윤을 남긴 만큼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제조업 공급망에서 하청, 협력사에 대한 착취(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를 중단해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 회복, 일자리 확대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 취업이 감소하고 있다는데,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시는지?
금속노조는 일자리의 양극화가 한국의 극소수 재벌 독점 이윤 체제가 야기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 제조업은 현대자동차 등을 비롯한 자본의 최정점으로 한 기업들의 수직계열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공급망 최상위 자본은 하청 착취를 가속화 함에 따라 하청 노동자의 저임금 구조가 만들어졌다.
때문에 대부분 빈 일자리는 이와 같은 하청 비정규직 일자리로, 지금 정부는 본질적 문제인 원하청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채 빈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는다며 값싼 이주 노동자를 대거 유입시키고 있다. 반면 공급망 상층 자본의 일자리 진입구는 폐쇄되고 있다. 이 또한 자본이 유연화-비용절감을 위해 직접적 안정적 고용관계를 축소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일자리 양극화는 수직적인 산업생태계 구조부터, 즉 공급망 상층에 있는 대자본의 이윤 독점을 해소하는 것부터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제도화, 비정규직 권익 증진을 위한 노조법 개정,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다단계 하청 구조 폐지 등을 수년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일자리와 관련해 인공지능(AI)와 로봇 등이 대체되는 상황인데, 어떻게 보시는지?
인공지능, 로봇 등 관련해서 금속노조는 제조업 전반의 ‘산업전환’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고 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현장에서는 내연기관 부품사 등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회사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차 사업 아이템이나 연구 개발에 투자하지 못해 그대로 사양산업에 묶이면서 노동자들 역시 고용불안에 처하거나, 신사업을 노조가 없는 합작법인이나 자회사 공장에 투입해서 기존 노조를 자연 소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노동을 배제하는 디지털 자동화 등 산업전환은 노동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정부에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 실효성이 있는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 취업지원서비스는 취업 해결 위한 미시적 접근에 불과해 본질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일자리를 산업 구조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민간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법정 노동시간 단축, 기후위기-산업전환 관련 일자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실히 규정해야 할 것이다.
산업전환에도 새로 생겨날 일자리가 분명히 있고, 기존 산업 노동자의 변동이 있다. 따라서 기존 노동자의 교육 훈련, 직무 배치 등에 국가가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신산업 일자리에 대한 창출 규모 측면에서도 국가 역할이 분명히 자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지역별, 업종별로 지자체와 산별노조, 시민사회 및 전문가, 사용자들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테이블 아래 모여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향으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끝으로 일자리가 자본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라고 하셨는데, 노동자 중심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조선소로 예를 들어보면, 앞서 대우조선(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이 도크 점거 파업을 했는데, 이유는 조선업 불황기 삭감당한 임금 30%를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조선소에서 수십년 연차가 쌓여도 최저임금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한 근로 환경이었기 때문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청 대우조선이 나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끝내 원청은 나오지 않았고, 임금인상은 4.5%로 합의됐다.
결국 필수 일자리에 저임금, 고위험, 장시간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았고 불황기 쫓겨났던 국내 노동자는 조선소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불황기를 딛고 호황기를 맞아 일감은 넘쳐나는데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조선업이란 특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조업 전반으로 봤을 때도 크게 다르진 않은 상황이다. 미래차, 수소 환원 제철 등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자본은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줄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라고 하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고, 고용 변화에 있어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 중심의 정의로운 산업전환의 핵심은 전환기 의사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해지고, 이는 일자리 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존 노동자의 고용에 대한 안정까지 얻을 수 있다. 일자리에 대한 국가 책임과 노동시간 단축이 병행되면 정의로운 산업전환, 일자리 창출의 기능까지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