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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광군제’ 효과도 사라졌다…K화장품, 脫중국 잰걸음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2/01 08:58:55
중국 경기 불황에다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까지 심화
광군제 성수기 효과 실종…韓기업 4분기 실적도 추락
연쇄적 겹악재에 일본, 북미, 유럽 등 신시장 개척 속도
국내 화장품 업계가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광군제는 중국 연중 최대 쇼핑 행사로 시행 일자(11월11일)가 4분기에 포함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성수기로 꼽혀왔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계속되는 소비 위축과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누리던 후광 효과도 사라진 모습이다.
중국시장 축소가 화장품 사업 전체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치자 업계는 북미·일본·유럽 등 신시장 공략에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다만 신시장의 가파른 매출 성장률에도 여전히 실적 기여도가 미미해 포트폴리오 다변화 작업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광군제 행사에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몰에서 화장품 판매 1위는 로레알을 제치고 프로야가 차지했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틱톡에서도 광군제 기간 동안 프로야와 칸스가 각각 매출 1, 2위에 올랐다. 모두 중국 화장품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가 중국 화장품 시장을 집어 삼킨 탓에 국내 화장품사는 광군제에서 이전만큼 힘 못 쓰고 있다. 사정은 대형 화장품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LG생활건강의 럭셔리 궁중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과거 광군제 화장품 매출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8위까지 떨어졌다.
중국 광군제는 전자상거래 1위 알리바바가 2009년부터 시작한 쇼핑 할인 행사로 11월11일에 시행된다. 현재는 전자상거래 업체 대부분이 참여하는 연중 최대 쇼핑 축제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도 단기간에 대량 매출을 올리며 4분기마다 광군제 특수를 누리곤 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가성비와 기술력을 보완한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더 이상 이전만큼의 광군제 후광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 중국 곳곳에서 실업률 증가, 부동산 침체 등으로 불황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겹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화장품 등 사치재는 경기 불황에 가장 먼저 소비 위축이 드러나는 품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시장에서 한국의 수출 주력 제품인 화장품 분야 성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실제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발표한 ‘중국 소비 시장과 온라인 유통망의 변화, 한국 기업 진출 유망 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연간 7.2%의 성장률 보였지만, 화장품 성장률은 5.1%로 전체 성장률을 밑돌았다.
앞선 이유들로 국내 화장품사 전반이 지난 4분기 중국 시장에서 힘을 받지 못했고 이는 연간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채널 효율화 및 재고 축소 활동 작업과 중국시장 부진에 따라 아시아 지역 매출이 뒷걸음질했고, 이로 인해 해외사업 매출(1조3918억원)도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 이유로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547억원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시장 의존도를 한시라도 빨리 낮추는 게 살길이라 여기며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본, 북미, 유럽, 동남아 등이 대표적인 공략 대상이다. 여전히 실적 기여도는 미미하지만 가파른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들 시장에 업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가장 폭넓은 해외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북미, 일본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미국에서는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매출이 급성장했고, 일본에서는 이니스프리, 에뛰드 이후 2022년부터 차례로 추가 진출한 라네즈와 에스트라, 헤라 등 제품군이 성과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과거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더 후’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 인수한 미국 화장품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의 구조개선 작업도 진행 중이다. 또 2020년 아시아·북미사업권을 인수한 피지오겔과 닥터그루트의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자국 화장품 브랜드 선호 현상이 심화한 것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Z세대를 비롯한 차세대 소비자 그룹의 문화적 정체성이 남달라 단기간 내 중국 화장품 지형도를 흔들어놨다”라며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최대 매출처이던 중국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당분간 이들 업체의 투자 움직임은 북미, 일본을 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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