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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과도한 ‘간섭’…현대엘리 ‘주총’ 격전지 되나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1/31 09:09:42
KCGI자산운용, 기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 요구
작년 말 임시 주총 절차 ‘주주권리 훼손’ 지적
감사위원 선임 절차 개선안 등 요구 나설 듯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현대엘리베이터를 향한 행동주의 펀드 KCGI자산운용의 공세에 관심이 쏠린다. 작년 말 치뤄진 임시 주주총회는 소집부터 안건 상정까지 ‘주주권리 침해’ 논란이 제기된 만큼 주주권 행사에 한층 치밀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상법상 주주제안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통해 주주총회가 열리기 6주 전까지 송부해야 한다. 통상 상장사 정기 주총이 매년 3월 중순경부터 개최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달 초까지 주주제안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작년 정기 주총을 통해 주주제안이 나온 상장사는 코스피 23개사, 코스닥 24개를 포함해 총 47개사다. 이는 전년(29개사) 대비 62.1%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안건 수는 78.6% 늘어난 175건이다. 특히 주주제안 중 1건이라도 가결된 회사는 10개사, 가결률 22.2%로 집계됐다. 전년 가결률 13.8% 대비 8.4%p 상승했다.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행동주의 펀드 입김이 거세지면서 올해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작년 정기주주총회 결과 주주제안 안건이 거의 부결됨에도 불구하고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기관 투자자들은 현대엘리베이터, 삼성물산, KT&G, 7대 상장 금융지주 등의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보냈으며,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의 주주제안 안건 상정을 예고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이 주주서한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에 선전포고를 한 것은 작년 8월이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약 2%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다.
무엇보다 현대엘리베이터 감사위원회가 견제와 감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기존 감사위원(분리선출)직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측 감사위원 후보를 제안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작년 11월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업지배구조 정책 발표를 시작으로 긴박하게 임시 주주총회까지 진행되면서 이를 둘러싼 잡음이 제기됐다. KCGI자산운용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주주제안 경로를 막고 분리 선출직에 사측 인사를 앉혀 주주권익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임시 주총에서 상정된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행사했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자사주 소각을 비롯해 감사위원 선임 절차 개선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책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정은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 사임과 관련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없애(소각) 발행주식수를 줄이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 감소 효과만 있지만 소각은 발행주식수 자체가 줄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 상승 효과가 있다. 특히 주가가 부진한 기업일수록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적극 활용하면서 주주들의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취득한 자사주 악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기보유 자사주 전략 소각을 주문한 상태다. 작년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가 2.97%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한 점을 문제로 짚었다. 대주주 우호의결권 확보 수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KCGI자산운용 측은 “기존 자사주 취득 목적인 ‘주주환원 및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제목 그대로의 가치를 오롯이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의 주주제안 안건을 제안해 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발간한 ‘2024년 정기 주주총회 주요 이슈’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는 물론 소액 주주까지 투자 기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주총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나 주주 제안을 하고 있다”며 “기업은 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 및 시스템을 마련해 지배구조보고서, 사업보고서, 자사 웹사이트 등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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