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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가 복지다-인터뷰] “당신 일자리의 생·사, AI에 달렸다”-라정주 파이터치원장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1/08 10:19:45

    "미래 일자리 ‘AI’ 빼놓곤 말하기 어려워"
    "미래 고용 시장. 우리가 알아야 할 일의 4가지 형태"
    "블루 칼라의 부각…AI와 융·복합해라"
    "AI일자리, 교육·정책 통한 생태계 조성 필요…정부 대응은 아쉬워"


    흔히 ‘일자리가 복지’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없다면 인간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시대엔 더욱 그러하다. AI(인공지능)와 로봇,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자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EBN>이 연중 기획으로 일자리 문제를 재조명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노멀(새로운 기준)’ 시대를 맞아 일자리 변화를 들여다보고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π-TOUCH) 원장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π-TOUCH) 원장


    “알파고의 등장은 AI가 인간의 지각·분석을 기술이 따라잡았음을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지금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지능적 업무’ 부문에서 인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놓고 있어요. AI가 인간을 대체할 바탕이 만들어진거죠. AI를 빼놓고 미래 일자리를 말하기 어려워진 시대가 된거죠.”


    지난 5일 EBN이 찾은 파이터치연구원(π-TOUCH)은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 기업환경 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구 기관이다. 2016년 기획재정부의 설립 허가를 받아 정부, 국회,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다. 최근에는 ‘ 노란봉투법 도입 효과’ ‘공무원 수 증가에 따른 경제 활력 저하’ ‘최저임금과 정규직 임금의 동행성’ 등 경제·노동·일자리와 관련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π-TOUCH) 원장을 만나 인공지능(AI)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 그리고 10년 이내로 현실화될 미래의 일자리 전망을 들었다.


    미래 고용 시장. 우리가 알아야 할 일의 4가지 형태

    “일자리 인식하는 패러다임(이론적 틀·사고 방식) 자체를 바꿔 봐야 해요. 특히 AI를 봐야 합니다. 다수의 석학들은 AI 출현으로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확신하거든요. 사람이 내린 명령어(알고리즘) 대로만 움직이던 로봇·컴퓨터가 지금은 불규칙적이고 비반복적인 업무를 하게 될 줄 어느 누가 알았겠어요. 이걸 ‘혁명적 변화’ 또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돼요”


    라 원장은 미래의 일자리를 보는 사회 구성원들의 시각 변화를 주문했다. 미래는 ‘전통적 선호도’가 아닌 ‘환경의 변화’에서 가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중요한 잣대를 AI에 뒀고, 일자리 노동경제학 분야의 석학 ‘데이비드 오토’(MIT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토 교수는 업무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지 여부에 따라 ‘반복적 업무’와 ‘비반복적 업무’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지능 필요 여부에 따라 ‘지능적 업무’와 ‘육체적 업무’로 구분하죠. 또한 위의 개념들을 활용해 ‘반복적 지능 업무(은행원, 경리)’ ‘비반복적 지능 업무(응용 소프트웨어 설계자, 관리자)’ ‘반복적 육체 업무(부품조립원, 수작업 라벨부착원)’ ‘비반복적 육체 업무(음식점 종업원, 간병인)’로 분류했습니다”


    라 원장에 따르면 위에 설명한 업무 중 ‘반복적 육체 업무’와 ‘반복적 지능 업무’를 하는 일자리는 AI에 의해 대체되기 쉽다. 최근 LG경제연구소가 밝힌 내용과 비슷한 해석이다. LG경제연구소는 AI의 적용에 따른 우리나라 일자리 존속 위험도를 분석했는데, 43%는 고위험군, 39는 중위 위험군으로 봤다. 전체 일자리의 81%가 흔들릴 수 없다는 말이다.


    살아 남을 일자리는 무엇이 있을까?

    “알파고의 등장은 AI가 인간의 지각·분석을 기술이 따라잡았음을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지금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인간보다 더 좋은 ‘지능적 업무’ 결과를 내놓고 있어요. AI가 인간을 대체할 바탕이 만들어진거죠. AI가 할 수 없는 일, AI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세요.”


    그는 AI의 일자리 대체가 전 산업에 걸쳐 일어날 것으로 본다. 다행인것은 사회적 변화와 통찰력이 있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라 원장은 영국 옥스퍼드대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의 연구 분석 자료를 보여줬다. 이들은 AI가 대체하기 힘든 일자리로 비반복적 지능 업무 분야인 창조적 지능과 사회적 지능을 요하는 일자리를 꼽았다. 창조적 지능은 독창성과 예술적 재능으로, 사회적 지능은 사회적 통찰력·협상력으로 구분했다.


    그는 “창조적 지능부터 살펴보면 독창성이 요구되는 직업은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 빅데이터 분석가 등이 있다”고 말한다. 열정과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부분이며 청년층에 적합하다는 제안이다.


    사회적 지능으로서 사회적 통찰력이 요구되는 직업은 사회심리학자, 사회조사 분석사 등을 제시했다. 사회의 흐름을 보는 안목과 여러 분야를 융합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령층에 적합하다고 한다. 협상전문가, 에이전트 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중재하는 역할은 AI가 할 수 없단다.



    이코노미스트 X(구 트위터)

    이코노미스트 X(구 트위터)


    블루 칼라의 부각…AI와 융·복합해라

    지난해 연말.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블루칼라 노다지(Blue-collar bonanza)’라는 주제를 표지 기사로 다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경쟁력을 갖춘 블루칼라의 임금 수준이 개선되고 있고, 화이트칼라와의 임금 격차도 줄었다는 내용이다. 일자리 전망 역시 화이트칼라보다 블루칼라가 좋단다.


    라 원장도 이 부분에 동의한다. 그리고 곧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일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고도의 민첩성이 요구되는 비반복적 육체 업무는 당분간 쉽게 로봇 또는 AI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또한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당분간 반복적 지능 업무를 하는 화이트칼라보다 더 대우를 받게 될거에요. 조선이나 고부가 제조업 노동이 그렇죠”라는 말도 전했다.


    또 다른 직업은 사물인터넷(IoT) 관련 창업과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일자리다. 그는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서비스 창업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예로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개발한 ‘노인 간호보조로봇’을 활용한 간병보조서비스를 들었다. 기저귀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기저귀 교환 시점을 알려주고, 실시간으로 병실에 있는 환자 모습을 영상으로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노인 간호보조로봇은 수시로 병실을 체크해 환자의 상태를 살펴 간병인 및 간호사의 육체적 업무 부담을 덜어주며, 간호사는 환자들의 정서적 건강을 돕는 방식으로 분업하면 된다.


    운송기사 부족 또한 기술과 협업으로 대체할 수 있단다. 화물차 자율주행 및 군집주행에 대한 기술 발전은 비약적이고, 기술의 발전이 인구부족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그가 제시한 자료는 한국경제학회에서 발행하는 ‘경제학연구’ 학술지의 2023년 1호에 게재된 논문이다. 통계청에서 예상하는 인구감소율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2050~2060년 연평균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은 0.9%이지만 기술진보율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GDP는 1.5%로 0.6% 더 상승된다는 분석이다. 즉 기술발전이 인구감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AI일자리, 교육·정책 통한 생태계 조성 필요…정부 대응은 아쉬워

    “창조적 지능과 사회적 지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스웨덴과 같은 방향으로 과감히 변경해야 해요. 스웨덴의 대학입시 국어문제를 예로 들어 볼게요. ‘총리가 사회통합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총리에게 보낼 편지를 써보아라’ 라는 것이죠. 우리 교육에서도 이런 창조적이고 사회적인 질문을 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AI융복합 인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일자리 정책 및 미래 대응에 대해 다소 아쉬운 견해를 밝혔다. 마스터플랜이나 방향성은 잘 잡았지만 ‘전문가 조직’이 없고,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창조적이고 주도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인재가 AI 시대를 이끌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직무교육을 국가직무능력표준과 연계해 추진해야 하며, 창조적 지능과 사회적 지능이 필요한 일자리로 전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 지능과 사회적 지능이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전문기관들을 확대해야 한단다.


    다만 정부 조직이 비대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적시 적소에 배치하지 못하는 듯 하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그는 “AI에 의해 대체되는 근로자에 대한 전직 지원. 대체위협에 직면한 취약근로자의 실태를 분석해 전직 가능한 맞춤형 직종을 제시하는 점이 부족하다”라며 “실업기간 동안 사회보장서비스를 패키지화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