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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의 역습⑤] 상장 건설사, 재무건전성 확보 한계 올라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1/03 09:04:12
시공순위 16위 태영건설도 워크아웃…이자보상배율 ‘1 미만’ 건설사 예의주시
건설 투심 ‘꽁꽁’…건설사 유동성 확보 더 어려워져 vs 시장 회복 앞당길 것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경기 급랭, 착공 지연, 공사 중단이 이어지면서다. 이에 당국은 대응 기조를 ‘만기연장’에서 ‘옥석가리기’로 변경한 상황. EBN은 총 7회에 걸쳐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불리는 부동산PF 경고음의 면면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로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상장 건설사들의 연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갚기 어려운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도 갚기 힘들어진 중견·중소건설사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이자보상배율은 0.50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1 밑으로 떨어진다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정상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여긴다.
태영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 9.57에 달했으나 2020년 5.65, 2021년 3.52로 지속 하락했고 2022년 3분기에는 0.20으로 뚝 떨어졌다. 같은 해 4분기 2.12로 다소 회복했으나 2023년 다시 1 미만으로 회귀했다. 여기에 부채비율도 400%를 훌쩍 넘어섰다. 결국 태영건설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재무상태도 태영건설에 못지않은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22위인 동부건설도 2022년 하반기 마이너스(-) 이자보상배율로 급격하게 악화됐으며,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이 0.15로 여전히 부채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태다. 부채비율도 1년 전 150%대에서 200%를 상회하고 있다.
한신공영 역시 200% 이상의 부채비율을 유지하면서 지난해 1분기 0.41, 2분기 0.42, 3분기 0.38의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했다. HL D&I와 서한도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이 각각 0.91, 0.66으로 떨어졌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순위 32위인 신세계건설은 최근 1년 사이 재무지표가 급격하게 악화돼 업계 우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22년 3분기 별도 기준 신세계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13.85로 견조했지만, 같은해 4분기 이자보상배율이 -49.72로 고꾸라졌다. 이후 2023년 1분기 -5.02, 2분기 -6.41, 3분기 -8.78로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255% 수준에서 470%까지 뛰었다.
이외에 삼부토건도 작년 2분기와 3분기 부채비율이 200% 이상으로 급증하고 이자보상배율이 각각 -4.77, -6.16로 재무지표가 악화됐다.
투자자 불안감 ‘쑥’…태영건설發 업계 영향 전망 엇갈려
건설사들의 재무 지표가 악화되자 투심도 악화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코스피 지수는 4.73%, 코스닥 지수는 4.20% 올랐지만 KRX건설 지수는 1.16% 하락했다. 올해 첫 주식·파생상품시장 개장일 오전에도 KRX건설 지수는 1% 이상 밀렸다.
부실 우려가 높은 신세계건설은 이날 오전 3% 이상 급락했다. 신세계건설 종목토론방에서 주주들은 ‘태영건설 따라가는 게 아니냐’ ‘회사 부도나나요?’ ‘여기(신세계건설)가 태영건설보다 심각해 보인다’ 등 우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위주의 우량사업을 발굴해 업황에 대응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으로 자본 확충 및 유동성 확보를 통해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우려와 달리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건설업계 구조조정 사례가 늘어나고 유동성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오히려 이 같은 구조조정이 시장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경자·김재우·백재승·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라 현재 재무 체력 대비 PF 지급 보증 규모가 큰 기업들 위주로 주가 센티멘트 재악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현금성자산 대비 PF 지급 보증이 크거나, 지방 중심 분양물량이 많은 기업들을 배제한 선별적 투자 전략이 유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대해 과거 대비 증가한 PF우발채무 및 유동성 대응 부담으로 사업 및 재무적 개선이 필요한 건설사들의 경우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맞물리면서 관련 구조조정이 조기에 진행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개별 건설사 또는 계열 차원의 자율적 구조조정보다 워크아웃과 같은 정부 또는 금융권 주도의 구조조정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금융시장 내에서 건설 및 부동산 PF 관련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경우 당분간 신규 자금조달은 물론 기존 차입금 또는 PF 유동화증권 등의 차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태영건설 외 다른 건설사 PF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PF 사업추진의 주된 요소가 각 사업장의 사업성이기 때문이다. 다만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PF 사업장 전반에 대해 과도한 자금회수가 나타나는지 상시 점검하고, 정상사업장에 대한 원활한 금융공급, 부실·부실우려사업장의 정상화·재구조화 지원 등에 나설 방침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이 공동관리를 신청한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의 자체 크레딧으로 발행한 제68회차 공모채 수익률이 장중 99%대로 급등한 점을 제외하면 전체 PF 유동화증권 금리는 큰 변동이 없었다”며 “시장 논리에 맡긴 PF 재구조화는 이미 시작됐고, 정부의 대응방안대로 워크아웃이 진행된다면 지금 겪는 잠깐의 고통이 시장 회복을 빠르게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