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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증권 결산①] ‘불공정거래’로 얼룩진 증권가…당국 조사에 ‘몸살’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12/29 09:08:55
라덕연 사태부터 영풍제지까지…거래소 첫 검찰총장 방문
‘CFD·채권’ 등 동시다발 조사…상위증권사 대표 세대교체
올해 증권업계는 SG증권 발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를 비롯해 SM엔터, 영풍제지 등 각종 주가조작 사건으로 얼룩지며 금융당국의 조사로 몸살을 앓았던 한해였다.
이례적인 동시다발적인 조사와 더불어 전례 없는 현직 검찰총장의 한국거래소 방문까지 ‘불공정거래’ 퇴치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며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가는 각종 불공정거래 사건이 잇따르며 금융당국의 조사 역시 여느 때보다 강화됐다.
가장 먼저 발생한 ‘주가조작’ 사건은 3월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 인수전에서 비롯됐다. 양 사의 ‘쩐의 전쟁’이 끝내 불공정거래로 이어진 것이다.
인수전이 과열되는 과정에서 하이브는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했고,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 10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넘겼다.
상반기 증권가를 뒤흔들었던 SG증권 발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는 차액결제거래(CFD)의 허점을 노린 신종 주가조작 사건으로 8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를 기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CFD 거래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업계는 한시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모두 중지하는 등 유례없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당시 주가 폭락 전 지분을 매도하며 주가조작 주범 의혹을 받았던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 사퇴 및 주식 매각대금 환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CFD 거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서비스를 중단하고 개선 작업을 거쳤으며, 8월부터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대다수의 증권사가 동참하지는 않고 있다. 일부 재개한 증권사들도 거래 요건을 강화하며 사건 이전보다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된 상태다.
이례적인 동시다발적 조사…여의도 찾은 현직 검찰총장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13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CFD 계좌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되던 중 5월 KB증권과 하나증권의 ‘채권 돌려막기’ 논란이 불거졌다.
그간 업계 관행처럼 이어진 랩·신탁 파킹 및 자전거래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며 2015년 ‘채권 파킹 사태’ 이후 8년 만에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조사 대상이었던 9개 증권사에서 모두 랩·신탁 불법 파킹 및 자전거래 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고 추후 이어질 제재 수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SG증권 발 폭락사태와 유사한 동시 하한가 사태는 6월 5개 종목에서 또 발생했다. 금감원은 즉시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했고 온라인 주식카페 운영자와 일부 회원들이 통정 거래를 통한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상반기 연이은 불공정거래 사건이 이어지자 여의도 증권가에는 검찰총장 방문사태까지 벌어졌다. 현직 검찰총장이 거래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6월 22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지를 밝혔다.
하반기에도 주가조작 사건은 이어졌다. 10월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갑작스러운 하한가를 맞았고 시세조종 혐의가 드러났다. 키움증권은 이 사건으로 4000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해 손실 위기를 겪었고 이 일로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임기 2년을 남긴 상황에서 자진 사임했다.
잇따른 주가조작 사건으로 시장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거셌다. 금융당국은 ‘무관용 원칙’을 선포하며 자본시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지를 강조, 조사와 수사역량을 강화했다. 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 및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안도 내놨다.
불공정거래 시 얻은 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올해 6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업무규정 개정안도 입법 예고됨에 따라 신고포상금 한도가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상위 증권사 대표 세대교체…KB·NH증권 대표 행정소송 돌입
한편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였던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대표인 박정림 대표와 정영채 대표에게 내려진 금융당국의 중징계 역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두 대표에게 내려진 중징계로 사실상 연임이 불투명해진 점도 있지만 앞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에 대한 취소 소송이 대법에서 승소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 대표 모두 징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상태로 앞서 소장을 제출한 박 대표의 경우 지난 21일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며 향후 소송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상위 증권사의 대표이사들은 대거 교체된 상황이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 창업멤버인 최현만 회장이 7년간의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2인 체제로 새로운 미래에셋증권의 세대교체를 알렸으며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부사장이었던 김성환 사장이 대표직에 올랐다.
삼성증권은 6년간 자리를 지켜온 장석훈 사장이 물러나고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직을 맡았던 박종문 사장이 새 대표직에 오른다. KB증권은 김성현 대표를 유임시키는 동시에 이홍구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메리츠증권은 리스크관리를 맡아온 장원재 사장이 이끈다. 최희문 부회장은 지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