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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패션·뷰티 전망] ‘불황형 소비’ 확산…고객 지갑 더 닫힌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12/28 09:08:17
고물가에 화장품·의류 등 ‘선택적 지출’ 항목은 뒷전으로
생존경쟁 가열…해외로 나가거나, 포트폴리오 뒤엎거나
고물가·고금리 등 인한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내년에도 유통산업 전반의 성장 여건은 다소 어두운 상황이다. 특히 패션·뷰티업계는 할인 기간에만 지갑을 여는 ‘불황형 소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생존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에 따르면 내년 소매시장은 올해 대비 1.6% 성장에 머문다. 최근 3년간 △2021년 7.5% △2022년 3.7% △2023년 2.9%에 이어 성장률이 계속 하락곡선을 그릴 것으로 점쳐진 것이다.
소비심리 위축, 가계부채 부담 증가, 고물가 지속 등이 낮은 성장률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더군다나 일반 소비자들이 식품 등 필수 지출 항목 외 의류나 화장품 등 선택적 항목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다, 평상시보다 저렴한 가격에만 반응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올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열었던 W컨셉, 무신사, 지그재그, 오늘의집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이전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몰렸던 현상도 현재의 소비 추세를 방증했다고 볼 수 있다.
‘노마스크’에도 국내 화장품 소비 감소…‘수출’ 몰두 유력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월별 화장품 구매액은 코로나19 이후 ‘노마스크’가 일상화됐음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소비자들이 개인 신용카드로 화장품을 구매한 금액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매월 평균 2000억원을 훌쩍 넘겼지만 지난 8월 기준으로는 1829억원에 그쳤다. 이는 처음 통계가 발표됐던 2009년 12월 이래 최저치며, 팬데믹 공포가 가장 컸던 2020년 3월의 1843억원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의무 착용, 재택근무 장려 등으로 화장품 수요 하락이 불가피했지만,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관련 업계를 골치 아프게 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내년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미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인들의 여행 행태 자체가 이미 소비 중심 단체관광이었던 ‘유커(游客)’에서 개인 여행인 ‘싼커(散客)’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면세점 등 여행객을 겨냥한 소매사업에만 투자하거나 관광지 오프라인 매장이 주류인 브랜드는 손실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내년 화장품 수출 여건이 반도체, 휴대전화 등 무선 통신기기 등과 함께 회복세를 탈 것으로 내다본 점은 고무적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K-뷰티’가 입소문을 타고 일본, 동남아, 미국 등 해외 시장서 인기 몰이를 해온 만큼 주요 화장품 업체 대부분도 해외 수출에 집중하며 실적을 보전할 전망이다.
저가형 인디 브랜드의 선전은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 화장품 시장 내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을 앞세운 시장 공식이 깨진 데다, 대형 화장품사가 아니더라도 전세계로 화장품을 유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유통망도 충분히 활성화된 상태라서다. 인디 브랜드들의 수출 다변화와 이들의 제품 생산을 맡는 OEM·ODM사들은 매출 신장이 유력하다.
고물가에 패션 ‘소비 양극화’ 뚜렷…포트폴리오 재편은 필수
패션업계의 브랜드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내년에 더 심화될 전망이다. 경기 침체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의류를 구매할 때도 소비 양극화 추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 내에서는 신성통상 탑텐, 유니클로 등 가성비로 무장한 SPA 브랜드와 해외 명품 브랜드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도 기존 토종 브랜드 중 가격대가 애매하거나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는 분위기다. 사업 청산이 마땅치 않은 브랜드에 대해선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브랜드 근간을 가성비에 두지 않은 기업들은 SPA 브랜드 양성 대신 젊은 세대 관심도가 높은 신규 해외 브랜드 확보에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가다듬고 있다. 명품 시장 자체는 경기 침체에 따라 이전보다 활기를 잃은 분위기지만, 명품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어 사업 재편이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체들은 언제나 메가 브랜드 육성 및 신규 수입 브랜드 발굴이라는 공통적인 숙제를 안고 있지만, 현재처럼 기존 효자 브랜드들의 매출이 고전할 때는 선택과 집중이 더욱 필요하다”며 “특히 최근에는 기상이변 등 패션업체들이 사업을 전개하는 데 통제 불가능한 변수도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성수기에 얽매이지 않을 사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