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위치 :뉴스
HMM 인수 키 ‘자금조달’인데…하림보다 동원 ‘우위’ 평가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12/01 09:06:31
건전성 차이 인수빚 하림 ‘6조’ 동원 ‘1조’
안정적 운영 최대 요건인데…돈 빼먹기 우려
“둘 다 모자르다” 유찰 요구까지 나오는 중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인수 키가 탄탄한 자금 조달 계획으로 떠오른 가운데 하림보다는 동원이 우위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최우선 요건에 향후 HMM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를 꼽는 상황에서 동원의 자금 조달 계획이 더 유효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쟁을 벌이는 하림과 동원보다 자금 상황 여력이 나은 LX그룹이 인수를 철회한 것을 두고 이번 매각은 불발될 것이라는 예상도 여전히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은 본입찰에 참여한 하림·JKL 컨소시엄과 동원그룹을 대상으로 자금조달 계획과 인수 후 경영 계획, 국내 해운업 발전 기여 방안 등 정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매각 측은 이르면 이날 혹은 12월1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3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하림과 동원은 6조3000억~6조4000억원 수준의 인수 희망가를 적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하림이 동원보다 1000억원대 규모로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 제1 조건인 가격 관점에서는 하림이 우위를 점한 상황이지만, 시장은 반대로 동원이 상수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림의 자금 여력은 좋지 않은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림에서 HMM 인수 주체로 나서는 팬오션의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약 4조9000억원이지만, 현금 여력은 부족하다.
현금성자산은 4600억원에 불과하고, 유동자산을 모두 합쳐도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유동부채는 1조2000억원 수준이다. 하림지주의 별도 기준 유동자산도 약 920억원, 유동부채는 7840억원이다.
이에 하림은 자기자본과 인수금융 등 외부 차입을 통해 6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연 7~8% 수준이다. 하림이 3조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24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가 약 7500억원을 대고, 팬오션의 선박 자산 유동화와 계열사 사채 발행 등을 통해 1조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모자란 금액은 팬오션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하림이 HMM 인수 후 돈을 빼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구채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과 선박 자산 유동화로 인한 리스 비용 등 모두 팬오션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다르게 동원은 재무적투자자(FI)의 도움 없이 인수금융도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최소화하는 자금 조달 계획을 만들었다.
계열사의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사채를 발행하고 비상장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자기자본 비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구조다. 초기 단계부터 산은의 평가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종전까지 유력 인수 후보였던 LX가 인수 의지를 철회한 것을 두고 매각 불발 가능성은 더 커진 모습이다.
앞서 LX그룹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LX그룹은 3자 경쟁 구도 당시 가장 자금 여력이 높은 후보였다.
인수 자문 당시 LX그룹이 가용할 수 있는 현금 2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인수금액인 7조는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제외한 6조원도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금이 부족한 탓에 외부자금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FI 몫이 커진다면 과도한 출혈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자금 여력이 가장 높은 후보가 자금을 문제로 포기한 상황에 이보다 더 적은 나머지 두 후보가 인수를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상황이라며 ‘무리한 매각’은 불발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HMM 양대 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와 HMM해원연합노조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HMM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기호 육상노조지부장은 “집회는 유찰이 목적”이라며 “예비 입찰 참여 기업들이 동원할 수 있는 인수자금이 최대 1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소 20%만 적용해도 HMM 인수금액은 7조원 이상”이라면서 “무리하게 인수금융을 동원할 경우 HMM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투자돼야 할 유보금이 인수금융 이자 지급을 위한 배당금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금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공적자금과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기자본 조달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막대한 외부 자금의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 해운업은 오직 자본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의 잔치로 변질될 것”이라며 “안그래도 사모펀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전통 해운기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