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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실적’ 라면업계, 또 정부 타깃 될라 ‘노심초사’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11/29 09:01:20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나란히 해외서 ‘훨훨’…영업익 수직상승
    또 압박 수위 높이는 정부…라면업체 찾아 물가 정책 협조 요청
    밀 가격 인하에도…“원재룟값 들쑥날쑥 때마다 가격 조정 어려워”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는 모습. [제공=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는 모습. [제공=연합뉴스]


    라면업계가 정부 압박에 따른 ‘라면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는 가운데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또다시 라면업계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라면업계는 3분기 호실적은 국내 사업보다는 해외 사업 성장으로 인해 거둔 만큼 국내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업체(농심·삼양식품·오뚜기) 3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대폭 늘어났다. 농심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559억원, 55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영업이익은 103.9% 증가한 수치다.


    삼양식품의 3분기 매출은 3352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7% 늘었다. 진라면 등을 생산하는 오뚜기의 3분기 매출은 9087억원, 영업이익은 83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6% 늘었고 영업이익은 87.6% 증가했다.


    라면 3사는 공통적으로 ‘해외 사업 성장’이 3분기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중국 등 해외법인의 영업이익이 약 200억원”이라며 “국내 법인의 수출이익을 합산하면 3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 사업에서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이른바 ‘K-푸드(한식)’ 열풍 속에 현재 수출 중인 전 지역에서 매출이 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양식품은 “현지법인 설립 효과로 미국 내 월마트 등 주류 채널 입점처와 중국 온라인 판매 채널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오뚜기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라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30%로 농심과 삼양식품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케첩, 마요네즈 등 주력 제품·가정간편식·해외 사업 매출 증가와 원가 부담 완화를 호실적 배경으로 꼽았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라면업체는 마냥 웃지만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또다시 가격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라면 가격과 관련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농심은 신라면의 출고가를 7월 1일부로 4.5%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삼양라면·짜짜로니·맛있는라면·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오뚜기도 스낵면·참깨라면 등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지난 15일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농심을 방문한 데 이어 박수진 식량정책실장이 삼양식품을 찾았다. 표면상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를 구한 것이지만, 실상은 가격 인하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밀 국제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톤(t)당 밀 국제가격은 216.18달러로 전년 동기(332.43달러) 대비 34.9% 하락했다. 다만 제분용 밀 수입 가격은 지난달 기준 t당 324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6% 내렸으나 평년보다는 3.8% 올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밀 국제 가격과 수입 가격 동향을 지속 점검하고 있다”면서 “밀가루 등 관련 품목 가격 영향 등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밀 등 원재료 가격이 들쑥날쑥할 때마다 가격을 임의로 조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해서 국내 가격을 낮추라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