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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만에 ‘파업’ 선택한 포스코, ‘勞勞’ 갈등으로 번진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10/31 09:31:36
찬반투표서 77.8% 찬성…조정기간 종료시 파업 가능
냉천피해 1년만 조업중단 위기에 협력사 반발 목소리
“파업 반대의견 매도” 협상 장기화에 반발하는 직원도
포스코 노조가 결국 파업을 선택했다.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1968년 창사 이후 55년 만에 첫 파업을 맞게 된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으며 쟁의권 확보를 눈앞에 뒀다.
중노위 조정기간 만료 후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협력사, 노경협의회 등 노조를 바라보는 대내외적인 우려의 시선은 커지고 있다. 협상 장기화로 ‘노-노(勞勞)’ 갈등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노조가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기에는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노동조합은 지난 28~29일 모바일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7.79%의 찬성표를 얻어 쟁의권 확보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총 1만1145명 중 96.51%인 1만756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8367명이 쟁의행위에 찬성했으며 2389명(22.21%)은 반대표를 던졌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기간이 만료되는 오늘 오후 사측과 마지막 조정협상에 나선다. 이번 협상에서도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지난 5월 사측과 임금·단체협상에 나선 노조는 24차례에 걸친 논의에서도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이달 초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협상결렬 선언과 함께 중노위 조정신청을 접수한 노조는 최대 10일인 조정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는 등 협상결렬 선언 이후에도 논의를 지속했으나 기존 요구안을 고수하며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사측은 이달 초 진행된 24차 교섭에서 기본임금 16만2000원(Base up 9만2000원 포함) 인상, 일시금 600만원(주식 400만원, 현금 1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달성 성과급 200% 신설, 조합원 문화행사비 20억원 지원 등 기존 요구안과 사측의 최종안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인상폭만 봐도 직원 평균 인상률 기준 5.4%, 가장 낮은 직급인 사원급 직원 인상률 기준 7.2%로 13.1%를 요구하는 노조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타결을 위해 예년 대비 높은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며 최종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불과 1년여 전인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에 따른 냉천범람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는 유례 없는 위기를 겪었던 만큼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조속히 매듭짓고 정상적인 조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포스코 설립 이후 55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진데다 내부적으로도 협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제기되면서 사측 뿐 아니라 노조의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포스코 협력사들은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민·관·군이 포항제철소 복구를 위해 절박하게 움직였던 것은 포스코가 협력회사, 공급사에게도 소중한 일터였기 때문”이라며 “파업으로 다시 조업을 멈출 경우 냉천범람 때보다 더 큰 설비피해는 물론 이를 복구하기 위해 함께 힘썼던 협력사들에게도 큰 자괴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 직원대의기구인 포스코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들도 사내 메일을 통해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막대한 생산차질과 영업이익 감소, 고객신뢰 하락 등 피해가 모든 직원에게 돌아오게 된다며 파업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노경협의회는 “더 큰 걱정은 ‘파업은 안된다’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노조가 사측이라고 매도하고 묵살한다는 것”이라며 “출범 초기 투쟁이 아닌 소통의 노사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던 노조가 교섭에서도 투쟁이 아닌 소통을 통해 포스코 고유의 노사문화를 이어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노조의 파업 추진은 노경협의회와의 갈등으로도 불거지고 있다.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이라고 밝힌 일부 위원은 노조 홈페이지에서 “몇몇 근로자위원이 노경협의회 입장문 발송에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회사를 등에 업은 근로자위원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며 “우리 세 근로자위원은 일부 근로자위원의 입장에 대해 반대했고 포스코노동조합의 임단협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늘 오후 열리는 마지막 조정회의에서도 노사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법에서 보장하는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해서 노조가 바로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인지는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협상결렬 이후 노조는 향후 파업 추진에 대해 “현재로서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평균 연봉 1억이 넘는 조합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한다는 ‘귀족노조’ 프레임에 갇혀 여론의 비난을 받을 뿐 아니라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연관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실제 파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외적인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노·노간 갈등 양상까지 비쳐지면서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하는 노조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 중 임금성 안건 23건을 모두 수용할 경우 연간 인건비 총액의 70%를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에 사측으로서도 최종안을 제시하면서 더 이상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노조는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현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나 무리한 수준의 요구안으로 인해 쟁의행위 찬반투표까지 가는 등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집행부 임기 중 임단협 타결이라는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앞으로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사측이 아니라 노조가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