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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창립 54주년…이재용, 기술·인재 ‘뉴 삼성’ 가속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10/31 09:28:24
내달 1일 수원 디지털시티서 삼성전자 54번째 창립기념일 행사 진행
이재용 회장, 지난 27일로 취임 1주년… ‘뉴삼성’ 핵심은 기술과 인재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사법 리스크 해결과 대형 M&A는 여전한 숙제
다음 달 1일 54번째 창립기념일을 맞는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구상 아래 재도약의 기회를 모색한다. 경기침체로 주력사업인 반도체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로 초격차 기술을 주도하고 인재 제일 철학을 계승해 삼성 그룹의 신(新)성장 동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창립기념일 당일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4주년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했지만 1988년 11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이후 창립기념일을 11월 1일로 변경했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대표이사 창립기념사 발표와 기념 영상 상영, 임직원 포상 등을 진행한다. 또 이병철 창업회장의 기일(11월 19일)을 맞아 36주기 추도식도 열릴 예정이다. 삼성을 비롯한 신세계, CJ, 한솔 등 범삼성 계열 그룹 역시 예년처럼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을 찾을 전망이다.
다만 이 회장은 예년처럼 창립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앞서 2019년에도 창립 50주년을 맞아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영상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을 시작으로 그의 3남인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그리고 이 회장의 유일한 아들인 이재용 회장까지 3대를 이어 내려온 삼성은 이제 다시 ‘새로운 도전과 혁신’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지난 27일로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이 회장이 내건 ‘뉴삼성’의 토대는 ‘기술과 인재’로 축약된다.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은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해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메모리 성공 DNA를 팹리스(설계)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 이식하겠다”며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청사진을 제시했다. 메모리 시장에서 30년 이상 선두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마저 달성한다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팹리스와 파운드리 등을 모두 이끄는 유례없는 초유의 기업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바이오, 신성장 IT 등에 향후 5년간 국내 360조원을 포함해 총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초격차 기술력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문은 바로 ‘인재’다. 그는 지난해 회장 취임에 앞서 가진 계열사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는 소회를 밝혔다.
올 6월에는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에 직접 참석하면서 선친의 ‘인재 제일’ 철학을 계승하고 인재 육성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재 발굴과 양성은 오랜 기간 삼성을 지탱해 온 핵심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삼성은 ‘인재제일(人材第一)’ 경영철학에 따라 1957년 국내 기업 최초로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해당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도 채용 규모를 꾸준하게 늘려가고 있다. 2018년 발표한 ‘3년간 4만 명 채용 계획’ 목표를 이미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향후 5년간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새로운 삼성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이 회장에게도 풀어야 할 현안들은 산적한 상황이다. 과거 이 회장의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돼 3년 넘게 재판에 출석 중이다. 이는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대규모 사업 수주에 능한 이 회장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되고 있다.
이른바 인맥 끝판왕으로 불리는 이 회장의 광폭 행보는 삼성 수주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이 2021년 9월 방한한 찰리 에르겐 디시네트워크 회장과 등산을 가진 후 8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디시 네트워크에 1조원대의 5G 통신장비 공급사업을 수주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또 지난 4∼5월 미국 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거물 20여과 미팅을 가지고 중장기 비전을 공유했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한 인수·합병(M&A) 여부도 과제로 꼽힌다. 삼성은 지난 2016년 미국의 전장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7년째 손에 꼽을만한 대형 M&A가 없다.
한편 세계적인 경영 전문가들은 삼성이 향후 추구할 신(新) 경영 전략으로 ‘과감한 결단과 집중’, ‘능력 위주의 채용’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할 수 있다고 해서 너무 많은 산업에 진출해서는 안 된다”며 “자원이 많아질수록 여력이 커지지만 그중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이 성공한 요인으로 인사를 꼽으면서 “최고 수준의 인재에게 이에 걸맞은 수준의 보수를 지급하고 학력이 아닌 스킬(능력) 기반 채용을 한 점이 매우 혁신적이었다”며 “요즘 IBM, 구글 같은 기업들을 보면 이런 스킬 기반 채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