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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한경협 류진號 출항 “싱크탱크로 거듭날 것”…4대그룹 일단 합류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08/22 17:28:46
55년 만에 전경련→한국경제인협회 변경...“글로벌 전문가와 연구 협업”
4대그룹 일부 계열사 회원사 합류...시민단체 “정경유착 길 열려” 비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 만에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싱크탱크로 태어날 것을 표명했다. 신임 수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선임되면서 전경련의 새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지만 재계는 재가입에 심사숙고한 모습이다. 시민단체들은 또다시 정경유착의 길이 열려서는 안된다면서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 경영진의 재고를 촉구했다.
전경련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통해 기관명을 변경하고,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했다. 이로써 한경연 회원사로는 남아있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일부 계열사가 한경협으로 이관되게 됐다.
이날 새 수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류 회장은 2001년부터 전경련 회장단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재계회의 내 한국 위원장을 맡는 등 해외 경험 및 인맥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내가 20여년간 전경련 회장단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내가 회장이 되어 전경련을 새로 이끄는 것에 대한 삼성(이재용)의 신임이 있었다”고 이날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말했다.
류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를 끊겠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던 과오 극복 의지를 다졌다.
또한 한경협은 향후 싱크탱크형 재계 지식기관으로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류 회장은 한경협의 연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 사태 이전 박사급만 23명에 이르렀던 한경연은 현재 박사급 8명 조직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연구 기능을 일원화하는 한편, 이슈별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실무자들을 접촉해 연구를 아웃소싱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IRA(인플레감축법)나 반도체법 같은 이슈에서 내용과 동향을 빠르게 파악해 대응책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류 회장은 “해외 유수한 기관에 연구 아웃소싱 통해 풍부한 자료를 확보하되 비용절감 등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면서 “회원사들에 부담을 주는 사업은 외부 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진행하는 데 윤리경영위원장도 이미 발탁한 상황으로 향후 모두를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특히 윤리경영위원장은 여러분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면서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경영 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청산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도 발표했다. 윤리헌장에는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하고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강화에 진력을 다하며△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기업 상생 선도 △혁신 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을 선도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류 회장은 전경련이 나아갈 방향으로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변화를 주문했다. 류 신임회장은 “우리 협회가 경제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 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주요 7개국(G7)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을 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무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이 기업보국의 소명을 다하는 길”이라며 “국가와 국민 없이는 기업과 시장도 존재할 수 없다. 기업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고 사회와 국가의 이익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한경협은 국민과 소통하며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류 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경영자로 알려졌다. 전경련이 류 회장 취임을 기반으로 외교·통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혁신에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보호무역이 심화되고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외교·통상이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류 회장은 “미국 네트워크와 외교·통상 경험으로 사회와 국가 간의 시너지를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끝으로 류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했지만 끝내 수락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류 회장은 “20여년간 전경련 회장단으로 활동한 만큼 이번에는 다른 분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고사했지만 회장직을 수락한 것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의 재가입과 신임 회장 추대는 류 회장의 과제다.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은 일부 계열사가 형식상 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한경협에 가입했다.
전경련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위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올 들어 대통령 방일·방미 당시 한일, 한미 재계회의를 이끌며 전경련이 갖고 있던 해외 네트워크 힘이 증폭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류 회장은 “4대 그룹과 혁신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면서 “삼성 이재용 회장과도 오랜 친분이 있는데 이 회장(삼성)이 나를 신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18일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 복귀를 놓고 사실상 ‘조건부 재가입’ 권고를 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경유착을 근절해야 할 준감위가 전경련 손을 들어주고, 책임 또한 삼성 경영진에 떠넘겼다”고 꼬집었다.
한편 서애(西涯) 류성룡 선생의 13대손인 류 회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이사 등을 역임했고, 지난 4월에는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7대 한국 측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그동안 류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과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 국내 경제단체 활동과 동시에 조지·바바라 부시 재단 이사회, 뉴욕 시티 칼리지의 콜린 파월 스쿨 이사회 등에서도 활동했다.
류 회장과 류 회장이 경영하는 풍산그룹은 일반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산은 구리 및 구리 합금 소재를 사용해 동전이나 기념주화를 비롯해 각종 탄약류를 생산하는 우량 중견기업이다. 방위 사업에 나서는 만큼 풍산은 장기간 미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여왔다.
류 회장은 부친이자, 풍산 창업주인 류찬우 선대 회장 때부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와 막역한 관계를 맺는 등 미국 정·재계와 인연이 깊다. 류 회장은 2003년 4월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국내에 초청하는 역할을 주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