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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 경영권 방어戰]쉰들러, '적대적 M&A' 야욕 들킨 결정적 5가지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07/11 17:45:04
현정은 회장 손배금 완납에도 쉰들러, 집행문 신청 강제처분 시도
공탁금 해제절차 동의 요청 응답 없어, 소송전 지속 정상적 경영 위협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2003년부터 현재 진행형이다. KCC(옛 금강고려화학)가 현대그룹의 주력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7.2%를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으나, 이듬해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일부를 처분해야만 했다. 이 지분을 받아간 곳이 스위스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쉰들러홀딩아게(이하 쉰들러)다.
2006년 쉰들러는 지분 25.5%를 매입해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로 등극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현 회장과 쉰들러 측은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주고 받았고, 2007년 10월에는 현대그룹과 쉰들러그룹이 알프스와 금강산을 오가는 '산행 회동'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설을 털어냈다. 당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쉰들러 측은 "어떤 경우에도 현대엘리베이터를 적대적 M&A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든든한 '백기사' 가면을 쓴 쉰들러가 발톱을 드러낸 것은 2010년부터다. 지분율을 35.6%까지 끌어올린 데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 전반의 사사건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체결한 파생상품과 관련해선 대규모 소송을 제기하며,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키웠다.
현재 쉰들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15.81%다. 증자 불참 등으로 지분율이 크게 희석됐지만 여전히 분쟁 소지를 안고 있는 위협적 존재다. 현 회장(7.8%) 측 우호 지분은 26.6%로 집계된다. 지분 격차는 10.8%p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쉰들러의 압박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20년 간 본색이 드러난 결정적 5가지 사건을 짚어봤다.
①손배금 납부했는데…집행문 신청해 강제처분 시도
현 회장은 지난 3월 대법원으로부터 2014년 쉰들러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를 입혔다는 내용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 회장은 원금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포함한 최대 3000억원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배상금으로 내야 했다.
결론부터 보면, 현 회장은 지난 4월 12일 손해배상금 전액을 완납했다. 대법원 판결 후 2주도 채 안된 시점이다. 현 회장은 신속한 이행을 위해 4월 6일 중간 납부경과까지 공개하며 손배금 변제에 성실히 임했다.
이 기간 쉰들러는 대법원에 강제집행문을 신청하며 기회를 노렸다. 집행문 신청은 일반적으로 납부가 지연되거나 거부할 경우에 강제집행을 위해 채권자 측에서 신청한다. 쉰들러는 배상금 확정 후 현 회장 지분을 상대로 강제집행에 나서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가져올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 회장은 지난 2019년 2심 판결 후 선수금으로 1000억원을 현대엘리베이터측에 납입하고, 법원에 200억원을 공탁하는 등 손배금 납부를 실행해 왔다.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납부 못할 정황은 사실상 없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더욱이 쉰들러 측은 현 회장이 손배금 완납(12일) 후 한참 지나서야 강제집행문 신청을 철회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정황을 두고 쉰들러가 현 회장의 재산을 압류하고 강제 처분하려 했다는 의도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이 강제집행문 발부전 손배금 납부를 완료하면서, 쉰들러 측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②공탁금 해제절차 동의 요청에 '나 몰라라'
현 회장의 손배금 납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쉰들러 측 방해와 비협조로 인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현 회장은 2심 판결 후 공탁한 200억원을 상고심이 끝나고 손배금 납부도 완료했지만 현재까지 되찾지 못한 상태다. 공탁 해제를 위해선 소송 상대방인 쉰들러(원고) 측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절차가 복잡해지고 기간도 길어진다.
지난 4월 11일 쉰들러와 함께 공동 채권자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 측에 공탁금 해제 동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빠른 채권회수를 위해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쉰들러로부터 어떠한 회신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권 확보 계획이 무산되자 현 회장의 자금 압박을 가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공탁금의 손배금 납부 활용 방안도 차질을 빚었다. 공탁금은 금전적 분쟁 발생 시 금전 수령 기피 행위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돈을 갚는 방법으로도 쓸 수 있다. 채권-채무관계가 해소될 경우, 공탁 역시 해제되는 게 일반적이다.
③LOI 노림수, 경영권 확보 큰 그림
'백기사' 가면을 쓴 쉰들러의 속내는 일찌감치 포착됐다. 현대그룹과 KCC 간 경영권 다툼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쉰들러는 1874년 설립돼 세계 2위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로 성장했지만, 200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쉰들러는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해 국내 법인 쉰들러엘리베이터를 세운 뒤 한국에서 승강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 진출 이듬해인 2004년 2월, 쉰들러는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에 '우호적 세력으로 도와주겠다'며 접근한다. 양 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사업권 요구'를 담은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게 된다.
당시 쉰들러는 KCC 측과도 접촉을 이어갔다. 승강기사업권 인수를 위해 어느 편에 서는 게 더 유리한지 계산기를 두드린 셈이다. 최종적으로 쉰들러는 현대그룹과 LOI를 맺게 됐지만, 이후 양측 간 합의를 거쳐 LOI는 해제됐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먼저 LOI 해지를 요청한 것은 쉰들러"라며 "KCC 보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인수를 위해 LOI 파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2006년 쉰들러는 KCC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매입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