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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빅3 '빨간불'…수주 선박, 6개월 건조 지연 왜?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06/14 17:12:44

    인력부족으로 컨테이너선 중심 인도지연 우려 높아져

    협력업체도 인력난…중국에 선박 블록 발주하는 경우도

    다음 건조 선박에도 줄줄이 영향 "내년이 더 큰 문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대형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건조 중이다.ⓒ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대형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건조 중이다.ⓒ현대중공업


    조선 '빅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를 비롯한 조선업계에 선박 인도의 지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부족 때문이다. 정부도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적극 지원하는 등 늘어나는 일감에 대응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력부족 문제는 글로벌 조선 빅3 뿐 아니라 중형 조선소, 기자재업체 등 협력업체까지 조선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중국 조선소에 선박블록을 위탁하여 조립한다. 하지만 인도지연 문제는 현실화되면서 '지체배상금 문제'로 선사와 협상을 진행하는 조선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수주한 선박을 계약기간 내에 인도하지 못하는 인도지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과거 '수주절벽'으로 불릴 만큼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조선업계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매달렸다. 수년 간 지속된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조선소를 떠난 노동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황을 감지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다들 말을 아끼고 있다. 6개월 이상 인도가 미뤄질 것으로 우려되는 계약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의 공정이 다음 선박들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도지연 문제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조선 빅3는 올해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선박 건조에 나서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약 160척,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30여척의 선박을 인도할 예정이다. 매출 기준으로는 선가가 높은 LNG선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지만 척수 기준으로는 컨테이너선이 더 많다.


    현재 인도지연 우려가 제기되는 선종도 컨테이너선이다. 국내 인력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한화오션은 중국 산동성 소재 한화오션산동유한공사에, 삼성중공업은 중국 다롄에 위치한 헝리조선소에 선박 블록 발주 물량을 늘렸으며 HD한국조선해양은 군산조선소에서 연간 10만톤의 선박 블록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소 현장은 인력부족으로 고민하는 상황이다. 선박 블록을 제작하는 국내 협력업체의 인력부족 문제는 더 심각하다. 기자재업체의 납품이 지연되는 것은 선박 진수 이후에도 대응할 여지가 있지만 선박 블록 제작이 지연된다면 납기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자재가 제때 납품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선체에 구멍을 뚫어서라도 집어넣고 용접을 다시 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박 블록 납품이 미뤄지면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게 현실적인 우려다. 협력업체의 납품 지연도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5000선까지 돌파하는 등 컨테이너선 시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경쟁적으로 선박 발주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는 지수가 1000선을 밑돌 정도로 시황이 악화됐다. 선사들은 공급과잉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현시황에서 기존 발주한 컨테이너선의 인도가 늦어진다는 것은 선사들에게 나쁜 소식이 아니다. 계약된 날짜보다 인도가 늦어지는 만큼 조선소는 이에 따른 '지체배상금(LD, Liquidated Damages)'을 지불해야 한다.


    선박 인도가 지연될 경우 하루에 선박가격의 0.3%에 달하는 지체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이 통상적인 계약 관행으로 알려졌다. 계약조건에 따라 인도지연이 90일을 초과하게 되면 일일 배상금액이 상향되는 경우도 있어 조선소가 지불해야 할 배상금은 점점 더 불어나게 된다.


    인도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일부 조선소들은 선사들과 지체배상금 조율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종마다, 계약마다 지체배상금 기준이 상이하므로 일반적인 손실 규모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선박 인도가 6개월 지연될 경우 선박가격의 상당부분을 지체배상금으로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조선소는 선사가 향후 선박을 발주할 때 선표를 미리 선점하거나 동일 가격에 더 높은 사양의 선박 건조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지체배상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도지연이 다음에 건조할 선박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