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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국인, 韓화장품 안 산다고?…불티나는 명동 뷰티숍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06/02 16:44:28
명동 거리 3년만에 '북새통' 화장품 로드숍은 '장사진'
중국인 10명 중 8명 한국 화장품 구매…여전히 '큰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서울 명동 상권에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왔다. 주말 명동 거리는 이들로 북새통을 보였고, 화장품 로드숍들의 계산대는 대기 줄이 길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도 국내 화장품 업계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명동 거리에서는 무색해 보였다. 특히 "중국인들이 더 이상 한국산 화장품을 사지 않는다"는 풍문에 기댄 예상은 소비 현장에서 빗나갔다.
2일 EBN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코로나 이전의 모습을 이미 되찾은 모습이었다. 메인 거리에는 먹거리 노점상들이 줄지어 영업 중이었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도 많은 인파에 멈춰서기 일쑤였다.
소비자들이 뜸했던 화장품 로드숍에는 방문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매장 내에는 외국인 내방객들이 쇼핑 바구니에 마스크팩을 종류별로 담는 모습도 보였다. 매대 직원은 한국말보다 앞서 'Do you need a bag?(쇼핑백 필요하세요?)'하고 응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네 주세요' 식의 한국말이 들리면 그제서야 '적립카드 있으세요?'하고 대답했다.
엔데믹 직전까지 화장품 업계는 리오프닝이 시작되더라도 기저효과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인 관광객 화장품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자국산 제품 선호 현상'으로 한국산 화장품을 멀리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돌면서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사업에서 장기간 부진을 겪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3% 감소한 644억원을, LG생활건강은 16.9% 감소한 1459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의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면세 사업과 현지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부분 업체가 면세 사업 등 해외 매출 비중은 40~50%에 달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화장품 수출 상황은 물론 관광객들의 소비 감소도 예상됐다. 중국이 하이난 면세점을 키우면서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중국 현지로 분산되고 있는 데다 '메이드 인 코리아'만 붙으면 잘 팔리던 과거와 달리, 중국 브랜드가 현지 소비자에게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그러나 국내 소비 현장에서는 중국인들의 소비력이 얼어붙지 않은 모습이다.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는 올리브영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올리브영이 4월1일부터 30일까지 명동 내 5개 매장 매출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3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영미권, 동남아, 일본인 관광객에 이어 중국인 관광객까지 명동을 찾으며 상권이 활기를 되찾은 모양새다.
올리브영은 코로나 기간 억눌렸던 여행객들의 소비 심리가 폭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최근 K-콘텐츠를 통해 K뷰티를 접하거나 '올리브영 글로벌몰' 등 역(逆)직구를 통해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매장을 방문해 K뷰티를 직접 체험하려 한 점도 한몫했다는 게 올리브영의 설명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명동 상권에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돌아오면서 매장을 찾는 외국인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최근 방문이 많아지면서 구매량도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외국 관광객들이 국내 여행 시 10명 중 3명이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고, 특히 중국 관광객의 경우에는 10명 중 8명이 구매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최근 대한상의는 외국인 관광객 400명을 대상으로 쇼핑 트렌드를 분석한 '외국인 관광객 선호 K-상품군'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가별 관광객들의 화장품·향수 등 뷰티관련 제품 구매율은 중국인 75.8%, 일본인 32.24%, 동남아 등 아시아 38.5%, 미국인 28.3% 등이었다.
다만 관광객들의 한국산 제품 구매 기준 집계에서는 중국인의 한국산 제품 선호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추세가 반영된 모습이다. 상품선택 기준에 대해 중국인 관광객은 브랜드(35.5%)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반면, 일본인 관광객은 한국적 상품(33.8%), 미국인 관광객은 품질(39.6%)을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출규모 기준으로도 여전히 중국인이 큰 손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1546달러), 미국 844달러, 일본 796달러 등이었다. 외국인 관광객 평균 지출액은 968달러로 권역별로는 아시아(1038달러)가 미주(913달러)와 유럽(870달러)보다 더 많이 지출했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도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내·외국인 출입국자는 474만178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8.3% 증가했다. 이 중 중국인 입국자 수는 11만1049명으로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인 2020년 2월(11만6318명) 이후 3년 2개월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중국인 관광객은 지속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앞서 주요 투자은행(IB) 의견을 반영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자 수는 3월을 기점으로 본격 회복돼 올 4분기에는 2019년 대비 55%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12월 당시 국내 들어온 중국인 수는 51만2651명에 육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력이 코로나 이전보다 줄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인들은)여전히 큰 손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더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화장품 업계는 물론 면세 업계의 사업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