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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 인수 앞두고 날세운 ‘한화-현대重’···공정위 복잡한 셈법

    출처: 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4/14 15:52:49

    실무자 의견수렴 과정에서 독점 우려 제기

    자국 기업 이익 외면, 공정위 비판 목소리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과 HD현대(구 현대중공업그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눈앞에 둔 상황에 공정위의 심사가 지연되면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HD현대중공업이 이의 제기로 기업결합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선 한화.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실무자 차원에서 다른 방산 기업들도 의견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기업이 정부기관을 압박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모습이다.


    HD 현대의 반론 제기는 이렇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한화그룹은 방산 분야에서 국내 1위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군사기밀에 속하는 소재와 부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는 게 현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해 잠수함과 함정 분야를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면 잠수함과 함정건조에 있어서 국내 다른 조선소 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해 잠수함과 함정 분야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면 국내 다른 조선소는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지난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HJ중공업지회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에 나섰던 HD현대중공업 노조는 12일에도 공정위가 한화그룹의 독점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등 여론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 10일에는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결합 심사 관련 HD현대중공업이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HD현대중공업은 4차례에 걸쳐 공정위에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같은 행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지연시켜 대우조선의 수주활동과 경영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 거제시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서일준 국회의원도 공정위 실무자를 만나 조속한 심사를 촉구한데 이어 과거 KDDX(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개발사업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이의 제기에 한화그룹이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의 신경전도 격화되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은 공정위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방산 분야 실무진과 일부 논의가 있었고 HJ(한진)중공업, SK오션플랜트(구 삼광엠엔티)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업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실무 차원에서 공정위와 논의가 이뤄졌던 것인데 현대중공업이 고의로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논란이 더 이상 커지기 전에 공정위가 하루빨리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아직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HD현대가 지난 2019년 1월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으나 2022년 1월 EU가 기업결합 불승인을 통보할 때까지 3년 간 공정위로부터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에서도 공정위가 마지막까지 답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U가 4월 18일까지 심사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밝힌 이후 공정위는 이에 맞춰 심사절차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EU가 예정보다 빨리 승인을 결정하면서 공정위의 행보가 꼬인 것으로 보인다.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미국 등 다른 주요국 경쟁당국과 비교하면 공정위의 판단은 아쉬움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의 복잡한 셈법은 공정함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은 산업은행(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 이에 한화의 인수에 힘을 보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화가 함정 부품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대우조선해양에 특혜를 줄 경우 군함 시장 경쟁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공정위의 큰 고민이다. 이로 인해 경쟁사에 대한 차별을 막는 장치 마련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이 이종 업계간 결합인 만큼 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국내에서는 방산 분야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공정위가 신중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역경제를 위해 조건 없는 신속한 승인을 요구하는 반면 HD현대중공업 노조 등은 경쟁력 약화에 따른 실직 우려를 강조하며 조건부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