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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우려에 빌라 인기 시들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4/11 15:41:05
화곡동 빌라왕 사태 여파…빌라, 애물단지로 전락
빌라 경매 수요도 위축…경매 낙착률 9.6%에 불과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우려 속에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아파트의 대체제로 각광을 받아온 빌라가 화곡동 '빌라왕' 전세사기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깡통전세로 인해 경매에 풀리는 물건도 늘어나면서 서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 빌라가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부동산매매 건수는 총 152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206건) 대비 52.3% 감소한 수치다. 하락세도 뚜렷하다.
지난해 4월(3900건), 5월(3869건), 6월(3317건)에는 3000건 이상을 기록했지만, 7월(2466건) 2000건대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9월에는 1000건대로 하락했다. 반면 아파트의 거래량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선 총 2402건의 부동산매매가 이뤄졌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8.4% 증가한 수치다. 아파트 거래 비중 상승은 지난 1월 정부가 대출과 청약 규제를 완화하면서 아파트 선호 분위기가 되살아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빌라와 아파트 거래량이 엇갈린 배경에는 이른바 '화곡동 빌라왕'의 전세사기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빌라왕으로 불린 강모씨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화곡동에서만 283채를 매수한 뒤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 31억68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피해자 중 상당수는 전세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경매로 피해를 구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빌라왕 사태 이후 전‧월세 거래도 감소했다. 지난달 빌라 전‧월세 거래 건수는 8189건으로 전년 동기(1만2456건) 대비 34.2% 하락했다.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빌라를 찾던 예비 세입자들이 본인들도 자칫 전세 사기로 인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특히 최근 집값 하락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빌라 경매 수요도 위축됐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서울 빌라 경매 낙찰률은 9.6%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인 지난 2020년 12월 43.8% 대비 40% 이상 낙찰률이 떨어졌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의미하는 낙찰가율도 80%를 넘지 못했다.
정부의 공시가격 하락도 빌라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빌라 공시가격을 전년 대비 평균 6.0% 내렸다. 문제는 공시가격이 떨어지면 전세보증금도 하락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근절 대책으로 내놓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기준 상향'이 되레 빌라 시장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5월 1일부터 전세보증 대상을 기존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춘다. 주택 가격 산정 기준은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낮췄다. 예컨대 공시가 1억원 집의 경우 전세보증가입 최대 금액은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2600만원으로 낮춰진다. 사실상 보증금 중 일부가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만큼 세입자의 불안은 커지는 셈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빌라는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 상승 여력도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이 있다"며 "관련 규제가 완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