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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40여년 조선업 베테랑 박두선, 23일 대우조선 떠난다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5/09 15:16:08

    38년 간 대우조선 한 우물만 판 조선 베테랑

    성공한 셀러리맨 롤모델, 사원에서 사장까지

    조선소 출신 내부 인사로 조직사정 훤한 '현장통'

    1년 여간 노사갈등 봉합, '대우조선' 마지막 사장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대우조선해양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오는 2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떠난다. 지난 1986년 입사 후 38년 만에 퇴임을 결정했다. 박 사장은 대우조선을 이끌었던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 20대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옥포조선소 생산현장에서 근무해 온 '현장통'이다. 그는 노사갈등을 봉합하고 글로벌 조선경기 회복에 힘입어 재무개선을 이끌어내며 '대우조선'의 마지막을 함께 한 리더로서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과 EBN 취재를 종합해보면 박두선 이달 23일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으로는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총괄사장이 부임해 한화그룹 계열사로 새 출발하는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을 이끌어가게 된다.


    박두선 사장은 1960년생으로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졸업했으며 1986년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이후 조달1팀장, 선박생산운영담당, 특수선사업본부장, 조선소장 등을 거치며 생산현장에서 우리나라 조선업의 발전에 헌신해왔다. 그는 대우조선에서만 40년 가까이 근무한 만큼 '현장 전문가'로 회사 내부사정에 밝은 선박생산 관련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재임 1년 여 기간 풍파를 온 몸으로 막아내야 했다. 전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오명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사장 취임 이후 일부 정치인들은 재무분야 근무경험이 없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기라는 이유를 들어 '알박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옥포조선소 근로자들은 오히려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하며 박두선 사장에 힘을 실어줬다. 누구보다 현장을 사랑했던 그의 본심을 강성으로 꼽히는 노동조합까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취임부터 정치권의 '알박기' 논란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했다. 당시까지 마무리되지 않았던 2021년도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은 박 사장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타면서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1조7000억원대를 기록한 영업손실을 개선해야 하는 부담은 그의 몫이었다.


    박두선 사장은 오는 23일 임시주총을 끝으로 박두선 사장은 오는 23일 임시주총을 끝으로 '대우조선'의 마지막 사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대우조선해양


    2021년 1조7547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에도 1조6136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당기순손실(1조7448억원)은 소폭 확대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4161억원)과 당기순손실(4303억원)도 전분기에 비해 개선됐으나 여전히 상당한 규모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대우조선의 영업손실이 300억원 정도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후판 등 원자재가격 상승기에 수주했던 선박들에서 발생한 손실이 지난해까지 거의 반영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2년 연속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한데다 올해부터는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의 건조가 본격화되는 만큼 2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6월 발생한 하청노조 파업도 대우조선의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51일간 세계 최대 크기인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원유운반선을 점거함에 따라 선박 건조가 중단됐으며 대우조선은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8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건조하는 선박 뿐 아니라 이후 건조되는 선박들의 일정에도 연속적으로 차질이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피해 규모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며 "파업은 51일만에 끝났지만 정상적인 조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청노조 파업 종료 2개월 후인 지난해 9월 26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하고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며 무산됐던 한화가 14년 만에 다시 인수에 나서면서 2001년 이후 산업은행 관리체제에 있던 대우조선도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에 앞선 지난 2019년 1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LNG선 관련 독과점 우려를 제기한 EU가 기업결합 승인을 거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조선 부문 계열사가 없는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주요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무난히 통과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26일 방산부문 경쟁제한 예방조치 마련을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대우조선해양


    지난 1973년 조선소 착공 이후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옥포조선소는 '대우' 이름을 떼고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박두선 사장은 오는 23일 임시주총을 끝으로 '대우조선'의 마지막 사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두선 사장은 누구보다 현장 근로자 사이에 덕망이 높은 수장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박 사장의 주머니에는 항상 홍삼 스틱과 초콜릿을 갖고 다녔다. 오로지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노동자에게 주기 위한 냉철한 경영자 이면에 흐르는 따뜻한 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회사명을 변경하는 등 정관 개정안을 의결키로 결정했다. 사내이사 후보는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부회장, 김종서 전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이사, 정인섭 전(前) 한화에너지 대표이사 등 3명이다. 또 한화그룹 오너 3세 김동관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