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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합병' 대우조선, 구조조정 초읽기…임원 50%↑ 갈린다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5/05 17:25:42

    산은 관리체제 장기화, 줄대기·복지부동 만연

    업무역량 보다 로비 등 모럴헤저드 비판 받기도

    처우개선 기대 높아, MZ세대 "빠른 인수 촉구"

    조선업 비전공 임원 대폭 교체설, 변화 촉매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대우조선해양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우조선이 대우그룹 해체 이후 25년 만에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된다. 오랜 기간 산업은행 관리를 받았다. 수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경쟁사 대비 낮은 처우로 불만을 가졌던 직원들은 한화 인수로 처우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반면 큰 폭의 구조조정 예상되면서 임원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주 발행 등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한화와 인수합병을 위해 이사회 및 임시주총이 개최되고 상정된 안건이 통과되면 신주 발행과 신임 대표이사 선임이 이뤄지게 된다.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신임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이미 M&A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 2014년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와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정유화학 부문 계열사를 2조 원에 삼성그룹에서 인수했다. 당시 ‘빅딜’에 들어간 총 위로금은 3300억원이다.4개 계열사 8200명에 1인당 2000~6000만원 지급한 꼴이다. 이미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한화그룹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하면서 수뇌부에 대한 교체 카드를 펼쳐졌다. 박두선 사장을 비롯하여 40여명의 대우조선 임원 중 상당수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우조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두선 사장, 우제혁 부사장(조선소장), 이영호 부사장(지원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최동규 전무(중앙연구원장) 등 8명의 전무와 홍채흥 상무(생산지원본부장) 등 32명의 상무가 대우조선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조선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에서 대우조선 인수단을 꾸리면서 비핵심분야 임원 교체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제기된 내용이다"며 "한화그룹 인수단은 각 분야 실무 및 역량에 대한 평가를 마쳤고 인수 후 임원진 교체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박두선 사장을 비롯해 16명의 임원이 한국해양대학교 및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등을 졸업한 전공자이며 나머지 27명의 임원은 정치외교학과, 경영학과, 영어영문학과 등을 졸업한 비전공자이다. 업계에선 조선업 관련 전공이 아닌 이들 임원의 대부분이 한화와의 인수합병 이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의 상장주식은 총 1억729만669주이며 이번 증자에서 1억443만8643를 새로 발행할 예정이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5221만9321주), 한화시스템(2610만9661주), 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 일본법인(각 2088만7728주), 에스아이티·한화에너지 싱가포르 유한책임회사(각 156만6580주)가 인수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한화그룹 계열사의 신주인수가 마무리되면 대우조선은 대우그룹 해체 이후 25년 만에 오너십 체제로 복귀하게 된다. 대우조선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는 지난 1973년 10월 옥포조선소 건설을 착공해 1979년 조선소 착공 후 처음으로 수주한 화학제품운반선을 건조했으며 2년 후인 1981년 종합 준공식를 가졌다.


    1999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워크아웃에 돌입한 대우조선은 2001년 워크아웃 졸업과 함께 산업은행 계열사로 편입됐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200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대우조선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인수가 무산됐으며 한국조선해양은 3년 간의 인수 시도 끝에 EU가 기업결합 불승인을 결정함에 따라 인수에 실패했다. 산업은행 관리체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문화도 업무역량보다 줄대기 등 부정적인 경향이 많아졌다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지난 2006년 취임한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은 연임을 위해 청와대, 정치권을 대상으로 로비에 나섰으며 매년 이뤄지는 산업은행의 평가에서 실적을 늘리기 위해 저가수주를 늘리고 해양플랜트 수주를 무리하게 추진해 대규모 적자를 자초했다. 남 전 사장에 이어 대우조선을 이끌었던 고재호 전 사장도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대우조선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판결에서 사측에 85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여 년 간 '주인 없는 회사' 체제가 이어졌던 대우조선은 한화그룹으로의 인수를 통해 재 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은 경쟁사 대비 낮은 임금 등의 처우가 개선되고 대우조선의 성장도 이룰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실무협의체를 통해 한화와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도 결정된 만큼 한화 측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은 한화그룹과의 인수합병이 당장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아직까지 진전된 내용은 없다"며 "고용승계, 대표노조 인정, 회사 발전방안 제시 등의 요구안을 전달한 만큼 임시주총이 열리는 23일 전까지 한화가 비전을 제시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오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나 한화 측은 아직까지 지분 인수도 이뤄지지 않았고 남은 절차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화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사회와 임시주총이 열리지 않은 만큼 현 시점에서 대우조선에 대해 뭔가를 발표한다는 것은 법을 어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되는 대우조선 직원들의 기대감이 높다. 늦어도 올해 상반기 중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인 만큼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바라고 있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건조와 관련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들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나 본부장 등 관리직에 있는 임원들의 향후 거취는 불확실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 관리체제 아래서 승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50대 나이에도 부장에 머물고 있는 직원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도 합병 이후 회사가 본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고민이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이 그동안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추진했던 조직개편 방향을 살펴보면 향후 대우조선의 방향성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한화그룹 일부에서는 그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임원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대우조선행을 자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