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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일파만파⑤] 정부 수세에 LH 등판…재무관리 비상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4/24 17:19:42
전세사기 피해 집중된 인천·서울 강서구에 매입 늘려야
LH 부채비율 200%대 유지…재무건전성 불안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경매 중단, 임차인 우선매수권 등 연이어 피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임대하는 방안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당정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 우선 매수권 부여를 비롯해 LH가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임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전날 정부와 국민의힘은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밝혔는데, 당정이 추진하는 특별법의 핵심은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의 매입을 원하면 경매에서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고, 매입이 아닌 거주만 원할 경우 LH가 경매를 통해 이들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원하면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2년 단위 갱신을 통해 최장 20년 동안 시세 50% 이하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 가운데 매입임대 예산으로 LH가 5조5000억원(2만6461채), 지방자치단제 2조원(약 9000채) 등 7조5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활용하기로 했지만 형평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매입임대 주택의 취지가 신혼부부나 청년, 고령자 등의 취약계층의 거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기존 물량에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포함시키면 이들에게 돌아갈 주택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세사기 피해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빌라왕’ 김모씨의 경우 서울 강서구와 인천에서만 주택 1139여 채를 보유했고, ‘건축왕’ 남모씨도 인천 등 수도권에서 주택 2700여 채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특정 지역에 한해 피해사례가 집중돼 있다.
실제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의 주택자금 조달계획서를 보면 주택 가격 대비 세입자 임대보증금 비중(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갭투기 거래는 12만1553건이 체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시기 빌라왕 사건이 발생한 강서구의 경우 5910건 중 74%인 4373건이 화곡동에 집중됐고, 건축왕의 주요 무대였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은 읍면동 기준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1646건의 갭투기 거래가 이뤄졌다.
이에 LH가 올해 매입임대 주택 목표로 설정한 2만6461채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가 대량 발생한 인천의 경우 3183채가 배정돼 있어 사실상 전세사기 피해자들 위주로 매입을 할 경우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보금자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역시 “정부가 기존 예산으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면 매입임대주택을 이용해야 하는 취약계층과 전세사기 피해자간 싸움을 붙이는 겪으로, 별도의 추경을 통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LH로서는 기존 매입계획에서 추가로 해당 지역에 대한 매입 규모를 키우거나 변경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세사기 피해 간담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매입은 선순위 채권자들에게만 돈이 돌아가고 피해자들에게는 한 푼도 가지 못한다”며 공공매입과 관련해서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나오고 피해 사례가 증가하자 직접 나서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여기에 이미 부채를 이유로 매입임대 물량을 축소하는 분위기에서 추가로 전세사기 물량을 대거 매입하는 것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공공기관 알리오에 따르면 LH의 2022년 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219% 수준으로 이미 정부가 정한 ‘채무위험기관’으로 분류된다. LH의 부채비율은 2019년 254%, 2020년 233%, 2021년 221%로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200%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치고 있다.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 역시 부채가 줄어서가 아닌 정부의 지원 영향이 큰데 2020년과 2021년, 2022년 정부는 출자금과 보조금을 통해 각각 3조521억원, 3조8101억원, 3조9497억원의 예산을 LH에 배정하며 지원해왔다. 그사이 부채총계는 2020년 129조7450억원, 2021년 138조8884억원, 2022년 반기 144조511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어 재무건전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번주 내에 LH 등이 매입할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기준과 범위 등 세부사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에 갭투자가 많았던 만큼 누적된 깡통전세가 이제 막 터지기 시작한 것으로 앞으로 피해사례는 더 나올 것”이라며 “늘어나는 피해만큼 정부가 어디서 어디까지 재정지원에 나설지 정해지지 않은 점도 문제지만, 반대로 선량한 임대인이나 다른 취약계층이 피해를 볼 수도 있어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