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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결정 지연…'불가피 vs 속도조절' 온도차 팽팽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4/03 14:53:50
여론 악화 부담에 2분기 요금조정 유보…"한전채 발행한도 초과 우려"
적자 탈출 요원·재무부담 확대 전망…"남은 분기에도 인상 쉽지 않아"
정부와 여당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경영난을 감안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공공요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요금 조정은 잠정 보류된 상태다. 산업부는 지난달 31일 요금 인상안을 내놓으려 했지만 여론 악화를 우려한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보류됐다. 산업부는 3가지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에는 산업부·한전·가스공사와의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 일정이 돌연 취소됐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2시 박일준 2차관 주재로 한전·가스공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상황을 점검하는 '에너지공기업 긴급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공기업 사장과 담당부처 국장급 인사가 긴급 사안을 두고 소집한 회의를 1시간도 채 남기지 않고 취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산업부는 입장문을 통해 "공기업 재무상황 재점검과 국제연료비 변동 추이 및 공기업 자구 노력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 등에 시간이 걸려 불가피하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여론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뿐만 아니라 3일로 예정된 장관 주재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간담회'도 취소했다.
산업부는 회의 개최 전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요금 인상이 지연될 경우 한전은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해 전력 공급망이 위태로워지고 한국가스공사는 미수금이 올해 말 13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면 한전채 발행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어 한전채 '쏠림 현상'으로 인한 채권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한전의 적자가 올해 5조원을 넘어서면 내년에는 한전법에 규정된 사채발행한도(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5배)를 초과하게 된다. 사채 발행에 차질이 생기면 전력구매대금과 기자재·공사대금 지급이 어려워져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태로워진다.
가스공사 역시 요금이 인상되지 않을 경우 작년 말까지 누적된 8조6000원의 원료비 미수금이 올해 말에는 12조9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 측은 "중국 리오프닝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 유럽 국가와의 비축용 LNG 도입 경쟁, 주요 LNG 생산 프로젝트 투자 위축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가스공사의 재정 악화가 LNG 물량 확보 협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은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상태 악화, 전기·가스요금 인상 불가피성 등에 대해 공감하지만 국민 부담의 최소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지만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요금 인상 시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전·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잠정 보류됨에 따라 정부의 우려대로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부담은 확대될 전망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이미 459%, 500%에 이른다. 연내 요금 인상 기대감도 하락하면서 적자 탈출은 더 요원해지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기요금 인상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는 6월 말과 9월 말로 총 두 차례 남았는데 이번 결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재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중요한 변수는 국민의 부담"이라며 "여름·겨울은 전기요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남은 분기에도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고 사채 발행 한도와 관련해 자금조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여전히 한국전력의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전기요금 인상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