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뉴스

    "가격 얼마 써내지"…中 도전장에 국내 면세업계 딜레마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2/28 16:57:53

    10년 면세사업권 걸린 입찰…자본력 갖춘 중국 CDFG 참여에 업계 긴장

    국내 면세점들 '승자의 저주' 우려도




    인천공항 면세점 전경. ⓒ연합뉴스인천공항 면세점 전경. ⓒ연합뉴스


    연 매출 3조원에 달하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에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뛰어들면서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CDFG가 높은 입찰가를 부를 것으로 보이자 국내 면세업체들은 얼마를 베팅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년 만에 재개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국내 면세업계 빅4와 세계 최대 면세기업인 CDFG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인천국제공항 측에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내야 한다. 최종 입찰자는 이달 인천공항 1차 심사에 이어 오는 4월 관세청 최종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면세업체들은 이번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이뤄지는 입찰인데다 무려 10년 사업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기업 순위가 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판"이라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들끼리의 경쟁만으로도 치열한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은 중국 CDFG까지 뛰어들자 판은 더 커졌다.


    국내 면세점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감한 외국인 매출로 인해 자금력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반면 CDFG는 자국민들의 면세수요를 바탕으로 덩치를 키워 국내 면세점들을 제치고 글로벌 면세점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영국의 면세 전문지 무디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CDFG 매출은 93억6900만유로(약 12조원)로 나타났다. 이는 2위인 롯데면세점(40억4600억유로)과 3위 신라(39억6600억유로)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CDFG가 막강한 자금력으로 높은 입찰가를 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입장에서 높은 입찰가를 써낸 사업자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커진 적자폭을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의 부채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1.1%에 불과했으나 2020년 46.6%, 2021년 68.4%, 2022년 92.8%로 급증했다.


    때문에 이번 입찰에 참여한 국내 면세점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CDFG 참여로 입찰 예상가가 오르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이 커진 탓이다. 높은 입찰가로 사업권을 따내더라도 향후 매출에 따라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업체들이 입찰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인천공항이 가지는 상징성과 시장규모, 광고효과 때문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지난 2019년 여객처리 실적은 7057만명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많다. 업계에서는 오는 2030년 약 1억2000만명의 여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인천공항 제도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면세점이 대표적인 외화벌이 사업인 만큼 중국, 일본, 대만 등은 간접적으로 방어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중국 공항에 우리나라 업체가 입점하려면 중국 정부로부터 면세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인천공항은 사업제안평가점수(60점)와 가격평가점수(40점)을 합산해 고득점 순으로 적격사업자를 선정한다. 다만 면세점 업태상 사업제안서에서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아 입찰가가 승패를 가르는 구조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CDFG가 인천공항까지 들어온다면 면세시장에서 국내 업체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입찰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