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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코 2기' 무산 위기… 외풍에 휘청이는 KT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2/24 18:24:14
구현모 대표, 차기 대표이사 경선 중도 하차
'디지코 전략' 차질 불가피, 경쟁력 약화 우려 '쑥'
KT그룹 내에선 "사내 후보자 지지" 한목소리
"KT는 새로운 산업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것이 앞으로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구현모 KT 대표)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연임 의사를 공식 표명한 이후 정치권과 국민연금 등의 반대 압박이 거세진 탓에 스스로 연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구 대표의 임기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구 대표가 역점으로 추진해 온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T그룹 내에선 디지코 전략 기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사내 후보자 중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24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전날 KT 이사회에 현재 진행 중인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KT 이사회도 구 대표의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이고, 남은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외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자들을 심사해 KT의 지속성장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를 선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 대표는 연임 포기와 관련해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구 대표의 연임을 두고 정부와 여권, 국민연금 등이 잇따라 반대 입장을 드러내 온 만큼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당초 구 대표의 연임 확정을 점쳐왔던 KT와 주요 계열사들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KT그룹 내에선 구 대표 재임기간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 온 디지코 전략이 방향성을 잃게 됐다는 우려가 가득하다.
KT그룹 관계자는 "구 대표 취임 이후 디지코 전략을 기반으로 실적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 양적·질적으로 괄목할 성장을 이뤄내면서 소위 '디지코 2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며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경선에서 중도 하차함에 따라 디지코 전략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구 대표는 2020년 취임과 함께 탈(脫)통신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디지코 KT'를 선언하고, 기존 통신과 B2C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디지코 중심의 신사업과 B2B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KT의 체질개선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KT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6901억원으로 구 대표 취임 전인 2019년(1조1595억원)과 비교해 45% 가량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은 25조6500억원으로 199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25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구 대표 취임 전 7조원 수준이던 KT 시가총액도 지난해 8월 10조원을 넘어서면서 KT그룹 안팎에선 구 대표의 디지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쏟아진 바 있다. 구 대표 역시 지난해 11월 열린 '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지코 전략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며 연임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구 대표는 "디지코 KT를 선언한 지 2년이 지났다. 매출 성장이나 이익 성장이 과거 KT의 어떤 역사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KT 주가도 취임 전보다 80% 이상 올랐다. 운동장을 넓힌 디지코 전략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코를 통해 KT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만큼 이런 변화가 구조적이고 지속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며 "2~3년의 변화로 그칠 것인지 구조적으로 바뀌어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로 변화할 수 있는지 측면에서 보면 아직은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연임을 생각하게 됐다"고 피력했다.
구 대표 주도의 '디지코 2기' 출범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KT그룹 내에서는 KT 출신이자 ICT 전문가로 분류되는 사내 후보자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KT에 따르면 지난 10~20일까지 진행한 차기 대표이사 공개경쟁 모집 결과, 총 34명의 사내외 후보자(사내 후보자 16명, 사외 후보자 18명)가 지원했다.
이 중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 후보자는 강국현 커스텀부문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박병삼 윤리경영실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 신수정 엔터프라이드부문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안상돈 법무실장, 우정민 IT부문장 등 KT 재직 임원 11인과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윤동식 KT클라우드 사장, 정기호 KT알파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홍기섭 HCN 사장 등 그룹사 임원 5인이 이름을 올렸다.
사외 후보자의 경우 정치권 인사와 전직 관료 등 ICT 비전문가들이 대거 지원하면서 전문성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혀 온 구 대표가 경선에서 물러나면서 결국 정치적 외압도 입증됐다"며 "기존 디지코 전략 기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사내 후보자가 차기 대표이사직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