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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이기려고 무리했나…중국 조선사, 선박건조 포기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2/23 15:41:38

    3년전 저가수주한 선박, 원자재가 급등으로 손실 확대되며 건조 불가

    무차별 지원 나섰던 중국 금융권도 수익성 판단해 RG 발급 여부 검토




    칭다오양판조선소 전경.ⓒ스플래시247칭다오양판조선소 전경.ⓒ스플래시247


    수주를 위해 무리한 저가수주에 나선 중국 조선사가 이후 후판을 비롯한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손실이 확대되면서 인도지연 뿐 아니라 계약취소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자국 조선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고위험 사업으로 판단한 중국 금융권은 수익이 예상되는 계약건에 대해서만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하며 과거 무차별적인 지원에서 선별지원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선사인 CMB(Compagnie Maritime Belge)가 중국 칭다오양판조선에 발주한 12척의 6000TEU급 컨테이너선 인도가 지연되고 있으며 일부는 계약이 취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이스클래스(Ice-class) IA의 내빙등급과 1150개의 냉동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는 이들 선박은 지난 2020년 6척이 발주됐으며 동형선 6척에 대한 옵션계약이 포함됐다. 옵션계약은 지난해 3월 발효됐다.


    현지 업계에서는 확정 발주된 6척은 지난해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건조작업이 지연되면서 올해 4척을 인도하고 나머지 2척은 2024년 5월까지 인도하는 것으로 미뤄졌다.


    나머지 6척에 대해서는 사실상 계약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칭다오양판조선과 CMB 측은 계약 진행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현지 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6척의 선박을 건조하기 위한 강재 주문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박 수주를 위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무리하게 계약을 추진한데다 수주 이후 2년간 원자재가격이 급등한 것이 선박 인도지연과 계약취소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CMB는 척당 5000만달러를 밑도는 가격에 계약을 체결했는데 같은 6000TEU급 선박이라 해도 내빙등급과 냉동 컨테이너 적재를 위한 전기설비가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계약 시점에서 이미 칭다오양판조선의 손실이 예상됐다.


    게다가 이후 2년간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조선소의 손실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도 2020년 당시 톤당 60만원 수준이던 후판 가격이 지난해 12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원자재가격 급등 이전 체결한 계약들은 대부분 손실을 기록했다.


    수주한 선박들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정책적으로 자국 조선업계의 선박금융을 적극 지원해왔던 중국 은행권들도 보수적인 시각으로 돌아서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은행들은 자국 조선업에 대해 하이 리스크(High-risk) 사업으로 보고 있으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수주건에 대해서만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을 발급하고 있다"며 "칭다오양판조선이 계약한 나머지 6척에 대한 RG는 발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칭다오양판조선은 저가수주에 원자재가격 급등까지 겹치며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CMB는 이 계약을 통해 적잖은 수익을 거뒀다.


    CMB는 지난해 초 확정 발주된 선박 6척을 CMA CGM에 매각했는데 매각 당시 시장가격은 척당 7800만달러 수준이었다.


    계약 당시 선박가격이 5000만달러라고 가정해도 CMB는 선박 운영 없이 총 1억6800만달러에 달하는 차익을 거둔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컨테이너선 시장이 호황을 지속하다 하반기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칭다오양판조선에서 아직까지 건조가 이뤄지고 있는 선박을 인수한 CMA CGM도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2010년대 들어 중국 은행권들이 선박 관련 여신과 투자를 리스 쪽으로 많이 넘겼고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지원해야 할 조선소를 추려내는 '화이트리스트' 작업을 진행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화이트리스트'가 없다고 하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 지원하는 조선소와 그렇지 않은 조선소에 대한 구분은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사회주의 국가이나 자본주의 논리도 상당 부분 받아들이면서 중국의 경제구조는 다소 혼재된 양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