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뉴스

    KT 구현모 결국 '연임 포기'… 정치 외풍 못 넘었다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2/23 15:40:48

    구현모,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 사퇴 결정

    지난해 11월 연임 의지 드러낸 지 108일 만

    KT 이사회 "KT 지속성장 이끌 적임자 선정할 것"




    구현모 KT 대표ⓒKT구현모 KT 대표ⓒKT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연임 포기를 선언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8일 연임 의사를 공식 표명한 지 약 3개월 반 만이다.


    23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날 KT 이사회에 현재 진행 중인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T 이사회도 구 대표의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구 대표를)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고 선임 절차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3' 참석 일정은 그대로 유지한다.


    지난 2020년 3월 취임해 KT를 이끌어 온 구 대표는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연임 도전 의사를 공식화했다. 구 대표는 KT 이사회 산하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같은 해 12월 '연임 적격' 평가를 받았지만, 국민연금공단이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우려 등을 고려해 복수 후보 심사를 요청했다.


    이후 구 대표를 포함한 사내 후보자 13명과 사외 인사 14명에 대한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쳐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또 다시 추대됐다.


    당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 대표에 대한 심사 과정에서 △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점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가 90% 상승하는 등 기업가치를 높인 점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및 성공적인 '디지코' 전환으로 통신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점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그룹 사업 구조 및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을 통해 KT그룹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여권까지 심사 절차의 투명성과 객관성 등을 문제삼아 구 대표의 연임 반대 의사를 드러내자 KT 이사회는 지난 9일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 실장은 "최근 횡령이나 비자금, 뇌물, 불완전 판매, 서비스 장애 등의 부정행위에도 직위가 유지되며 연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CEO 선임 과정 및 후보 추천 과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비롯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를 선임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 자리에서 "소유분산기업은 소액주주의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인해 CEO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인물이 연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소유분산기업의 부적절한 CEO 연임 문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해법이다. 소유분산기업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련 입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까지 KT를 포함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구 대표의 연임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며 "스튜어드십은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선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선 구 대표의 연임 포기 결정을 두고 정부와 여권, 국민연금공단 등의 이같은 사퇴 압박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당초 구 대표의 연임 확정을 점쳐왔던 KT그룹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KT그룹 내에선 구 대표 재임기간 회사 실적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 등 경영성과를 앞세워 연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KT 직원 대다수가 가입한 제1노조 역시 구 대표의 연임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회사 안팎에선 현재 진행 중인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통해 KT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KT에 따르면 지난 10~20일까지 진행한 차기 대표이사 공개경쟁 모집 결과 구 대표를 포함해 총 34명의 사내외 후보자가 지원했지만, 정치권 인사와 전직 관료 등 ICT(정보통신기술) 비전문가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면서 자칫 회사 경쟁력이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KT 이사회는 "구현모 대표를 제외한 사내외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자들을 심사해 KT의 지속성장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를 선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