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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일파만파㊤] 9년만에 입법 눈앞…교섭권·손해배상 쟁점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2/22 14:18:56
쌍용차 사태 이후 9년 만…법사위로 넘어간 노란봉투법
사용자 범위 확대…하청도 원청상대 교섭·파업 가능해져
임금체불·해고자 복직 요구도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돼
정부 "노사갈등 빈번 우려" vs 노동계 "의미 있는 진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지 9년 만에 입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교섭권 확대와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골자로 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실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시행될 경우 산업계 전반의 노사 관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22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소속 환노위 위원은 법안 처리에 반발해 표결 직전 퇴장했지만, 환노위 위원 중 과반에 해당하는 야당 위원이 찬성표를 던져 통과된 것이다.
공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어갔다. 야당 측은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위원장인 만큼 개정안 처리에 속도가 붙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법사위 장기 계류 가능성을 열어두고 본회의 직회부를 검토하고 있다. 법사위서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 5분의 3 이상 동의를 거쳐 본회의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간 ‘창과 방패’의 대결이 지속되는 이유는 노란봉투법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 당시 노조가 사측에 47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시민단체가 노란 봉투에 성금을 모아준 데서 유래됐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처음 발의됐지만 다른 법률과 충돌 문제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 직원에게 불법 파업에 대한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노란봉투법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올해 본격적으로 입법에 불이 붙은 것이다.
노조법 개정안의 쟁점은 교섭권과 손해배상 범위다. 개정안을 보면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사업주·사업의 경영담당자로 한정된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범위를 넓혔다.
해당 조문은 사실상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하청노조가 수십 개에 달하는 원청의 경우 하청노조의 단체교섭과 파업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대로 기존에 노동권 사각지대에 머문 하청·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교섭권과 파업권이 생기게 된다.
개정안에는 손해배상의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도 담겼다. ‘법원이 단체교섭, 쟁의행위,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파업 피해자(원청)가 불법 파업 시 노조원 개인당 과실비율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공동불법행위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해당 조항을 두고 한국노총은 “사측의 보복성 손배가압류 폭탄으로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았다”면서 “노조법 개정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노조법에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맞지 않는다”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또 다른 쟁점은 노동쟁의 범위 확대다. 기존 노조법의 경우 분쟁상태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으로 한정한 데 반해 개정안에는 ‘근로조건’으로 넓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금체불이나 해고자 복직 등 권리분쟁의 경우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법률적 판단에 맡겨진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비위행위로 징계해고를 당한 노조원의 복직 요구가 단체교섭은 물론 쟁의행위 대상이 된다.
고용노동부는 “쟁의대상 확대만을 추진하는 경우 일부 노조를 중심으로 파업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노사갈등이 빈번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현행 노조법은 노조를 감시·통제하는 노조탄압법으로 기능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을 계기로 노조법 전면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유재원 메이데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노조법상 교섭권은 CJ대한통운 사건(1심 재판부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사용자라고 판결) 이후로 탄력을 받은 것 같다”면서 “확립된 법리가 안 나온 이상 입법으로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손해배상의 경우 민법이나 형법상 정당행위 규정이 있고 손해배상 감경 규정도 있다”면서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는 사후적인 입법은 안 된다. 민주노총이 청구하는 입법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