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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건설노조㊥]법치인가 탄압인가…"불법 척결 vs 필요악 관행"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1/30 15:13:24
정부 "노조 불법 엄단"…업계, 적극 동조 자세
노조 "탄압 구실…일방적인 몰아가기 불과"
"사측 불법엔 모르쇠"…총파업 등 정면 대응 예고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적폐로 규정하고 '무관용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 부처와 각 기관들도 잇달아 후속 조치에 나섰고 건설업계는 '법치의 부활'이라며 반기고 있다.
반면 건설노조는 사실관계 확인 없는 '무분별한 마녀사냥'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시공사가 공기 단축과 추가 근무 요청 등을 위해 관행적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월례비 등을 건넸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업계, 전방위 압박 수위 고조
30일 EBN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철근·콘크리트연합회(철콘연합) 소속 5개 지부는 다음달부터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을 전면 중단한다. 아울러 이에 반발해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의 태업 등 업무상 갑질이 발생할 경우 원청(종합건설사)과 협의해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월례비는 골조 공사 등을 담당하는 하도급 업체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비공식적인 수고비다. 상당수 철콘 업체들은 수년 동안 타워크레인 기사 한 명당 월 500~1000만원 가량의 월례비를 지급해왔다.
철콘 업체들의 이번 결정은 정부의 강한 현장 불법행위 근절 방침에 힘 입은 것이다. 정태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철콘연합 회장은 "정부의 강한 움직임 속에서 회원사들도 월례비 지급 중단에 대체로 찬성했다"면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태업 가능성 등 일부 우려가 있지만 직접적인 관계자인 원청(종합건설사)에서도 향후 이 부분을 관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부터 전국 5개(서울·원주·대전·익산·부산) 국토관리청에 전담팀을 꾸려 타워크레인 월례비와 노조전임비 지급 강요 등 불법행위가 신고된 현장 위주로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작년 말부터 확인된 '건설현장 불법행위 실태 조사'에 이은 후속 조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의 일부 불공정거래혐의 9건에 대해 제재 의견이 포함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최근 국토부의 건설 현장 노조불법 행위 사례가 이첩된 것으로 이르면 3월 중 소회의를 거쳐 제재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법무부는 노조 불법 행위자에 대한 행정 제재 등 강화된 신년 업무 계획을 세웠고 고용노동부와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선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현장 조사와 불법행위 증거자료 취합에 나서는 등 노조 갑질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전방위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노측 "노골적 마녀사냥…시공 단축 위한 관행"
반면 노조 측은 윤 정부의 노조 탄압용 구실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노조 측은 "국토부가 내놓은 불법행위 실태 조사는 건설사들의 고충처리를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받아 발표한 것으로 '노조 때리기'에 불과하고, 현장 고용 안정 대책 요구는 결국 노조 탄압으로 돌아왔다"고 일갈했다.
또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행위는 왜곡·편향됐다"면서 "국토부가 노조 불법 사례로 제시한 경남 창원명곡 LH 현장은 작년 8월부터 상습적으로 건설기계 임대료에 대한 임금체불이 있었고 해결되지 않음으로써 작업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임금체불에 대한 항의를 불법행위로 엄단 하겠다고 진실을 호도한다"면서 "건설업계가 벌이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임금체불 등을 감추면 더 많은 불법행위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건설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채용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제도적 보완 논의조차 없이 노조만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석현수 건설노조 부울경 본부장은 "부당한 월례비나 금품 지급 행위는 잘못됐지만 종종 포괄임금제처럼 추가 근무 수당과 성과급 등이 월례비에 포함된다"면서 "타워크레인 기사 임금은 타워 임대사가 지급하지만 시공사에서 공정을 앞당기고자 웃돈을 얹어줘 월례비 관행이 생겼다는 점에서 이를 단순히 돈을 뜯어내는 행위로 취급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현 정부의 움직임을 노동 탄압과 공안통치 부활로 규정하고 오는 7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또 전국건설노조도 이르면 올 상반기 중으로 조합원 10만명 총파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건설노조는 "이번 파업 계획은 지난해 새 노조 집행부 출범 직후 결의된 것으로 최근 사안과는 별개"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