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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에 선 건설노조㊤] 소수 조합원이 현장 '쥐락펴락'…"이대로는 안된다"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1/24 11:30:46

    대대적인 현황 파악해보니, 노조 갑질사례 '점입가경'

    1500여 현장, 1700억원 피해…최대 120일 공사 지연

    보복 우려에 신고 못한 곳 다수… "발본색원의 시점"




    건설 현장에서 한 노조원이 머리띠를 동여매고 있다.ⓒ연합건설 현장에서 한 노조원이 머리띠를 동여매고 있다.ⓒ연합


    "타워크레인 기사들 비위 맞춰야죠. 그거 멈추면 공사 올스톱 되는 거예요. 월례비 몇백 쥐어주더라도 현장 돌려야지 어쩌겠어요."(A 건설사 현장 과장)


    "노조 전임비라는게 있어요. 현장 근로자들 식비나 술값에 보태겠다는 명목으로 노조 간부들한테 나가는 건데 실제 사용 내역은 알 길이 없죠. 그 돈 안주면 온갖 트집 다 잡고 법 위반 촬영해서 신고한다고 난리나요."(B 시공현장 소장)


    타워크레인 조종사와 선임급 건설 노조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장장 10여 년간 이어진 현장 상납 문화는 어느새 관행이 됐다. 엄연한 불법임에도 '현장 내 합법'처럼 자행돼 왔고 구멍 뚫린 현장 조사와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서 '내성'을 쌓은 노조 갑질은 조직화·지능화됐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사실상 '건설현장 불법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켜켜이 묵혀온 월례비, 전임비 상납 피해사례와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는 건설사들의 속내가 점차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곪아터진 노조 갑질을 이번에는 털고가자'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노조 갑질 '상상 그 이상'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는 작년 6월 소속 회원사의 80%에 육박하는 8672개사의 서명을 모아 작성된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촉구 탄원서'를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법무부, 공정거래위, 경찰청, 여야 정당 등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건설노조의 무분별한 갑질과 업체 피해사례 등이 포함됐고 이는 인건비 상승과 공사 품질 저하, 공사 지연 등의 피해를 야기한다는 호소가 담겼다.


    이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현장 방문 점검과 면담 조사 등이 이뤄졌고 실제 피해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지난 연말에는 원희룡 장관이 직접 나서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에 엄중히 대응하고 현장에서 진정한 법치주의와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19일 공개된 국토부 조사 결과를 보면, 월례비나 노조 전임비 요구, 조합원 채용 강요 등 건설노조로부터 피해를 본 사례는 전국 건설 현장 1494곳, 총 2070건에 달했다. 특히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특정 노조 가입률이 높은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사례가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신고된 사례별로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1215건·58.7%) △노조 전임비 강요(567건·27.4%) △자체 장비사용 강요(68건·3.3%) △조합원 채용 강요(57건·2.8%) △레미콘 운송거부(40건·1.9%) 등의 순이었다. 노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태업과 현장 출입 검사 및 봉쇄 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노조 불법 행위로 총 329곳의 현장에서 최소 2일, 최장 120일까지 공사가 지연됐고 최근 3년간 피해액만 1686억원에 달했다. 1개 업체 기준으로 최소 600만 원에서 최대 5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계좌 지급 내역 등 증빙이 가능한 액수만 집계된 것으로,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이 노조 파업으로 멈춰서 있다.ⓒ연합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이 노조 파업으로 멈춰서 있다.ⓒ연합


    건설사 열에 넷, 보복 두려워 신고 못해


    건설 현장에서는 '공기(工期·공사기일)=돈'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공사 지연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하루만 공사가 밀려도 기계 임대료와 운임·인건비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시공사들은 노조의 단체 행동으로 인한 공기 지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법적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피해 건설사들은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된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A건설사는 최근 4년간 전국 18곳의 현장에서 44명의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례비로 38억원을 뜯겼다. B건설사는 재작년 10월부터 한 현장에 난립한 10개 노조의 요구로 1500만원이 넘는 전임비를 내줬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수사기관이나 감독 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전국 건설사 20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건설노조 불법행위 신고' 설문 결과, 전체의 40%인 80개사는 "신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중 41%는 '보복 두려움'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마저도 최근 정부의 강력한 척결 의지가 보도되면서 신고 의향이 높아진 결과라고 협회 측은 부연했다.


    노조 보복을 두려워하는 모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노조는 상당 기간 진화를 거듭해 공사를 막아서는 압박과 집회 형태가 다각화됐다"면서 "만일 직접적인 수사 자료를 당국에 제공하는 건설사와 현장이 노출될 경우, 노조는 해당 업체의 현장 안전규정 위반 사례 등 신고를 위한 증거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건설 노조의 불법 행위가 외국인 투자 위축과 아파트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외국인 투자 유입 대비 해외 투자 유출이 5배 가량 많은 것은 강한 노조 집단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면서 "건설노조 불법 요구에 지급되는 비용은 기업 부채와 시공비 증가로 이어져 입주자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큰 만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현시점에 발본색원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