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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안전운임제도, 수출경쟁력 약화 핵심요인"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11/09 10:54:31
한국무역협회(KITA)가 9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제2차 무역산업포럼'을 개최하고 우리 기업의 수출 및 물류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는 수출업계 및 물류업계 기업인, 종사자와 학계, 연구계 등의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금년 7월까지 우리 수출의 세계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올라가는 등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구조적 측면에선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세계 수출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3.2%에서 2020년 2.9%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0.1%p 낮아지면 취업 인원은 13.9만 명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2015년 대비 2021년 일자리는 41.6만 명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독특한 기업규제 신설, 노동유연성 악화 등으로 우리 기업이 해외로 떠나감으로써 수출산업기반이 약화되고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안전운임제에 대해서는 "특히 대기업 하청업체나 식품·가구·고무·금속가공 등 영세 수출업체들은 운송비 증가 등 물류비 애로를 수출경쟁력 약화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면서 "화물연대 등 집단의 힘으로 애로를 타개해가는 차주들과 달리, 흩어진 다수의 영세 수출업자들은 차주나 정부 또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애로를 제대로 호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만기 부회장은 "정책결정자들은 사회적 약자 간 이해충돌 사안에 대해서는 집단 압력 등에 좌우되지 않고 냉정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추후 시장 왜곡을 초래하는 규제보다는 민간의 자율적 역량과 시장의 힘을 믿고 시장기능에 맡기는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안전운임제에 따르면, 계약당사자(운송사 및 차주)도 아닌 화주가 물건 운송을 부탁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점에서 교통안전 효과도 불분명하고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제도인 안전운임제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역협회는 김병유 회원서비스본부장을 통해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 동향 및 경쟁력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김병유 본부장은 "팬데믹이 촉발한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기업들의 선복 확보 및 화물적체 애로가 심화되고 물류비가 급증하던 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글로벌 공급망이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미국 서부 LA항의 컨테이너 체류일이 '5일 이상'인 경우가 여전히 25%에 달하며, 부산항은 수출화물의 컨테이너야드(CY) 반입을 '선박입항 3일 전'으로 제한하는 등 국내외 주요 물류시설의 화물적체 및 처리 지연이 지속되고 있다.
그는 "무역협회의 올해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25.4%)에 이어 물류비 상승(18.0%)을 두 번째로 큰 애로요인으로 꼽았다"며 "무역협회 수출입물류 종합대응센터에도 화물적체로 인한 비용증가, 화물운송 적시성 저하, 대형장비 및 중고차 등 특수물품 수출운송 등의 애로가 2020년 1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220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물류비 비중은 2018년 기준 9.4%로 미국(9.1%) 및 일본(7.9%)에 비해 높으며, 2009년(9.7%)과 2017년(9.0%) 대비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의 매출 대비 물류비 비중은 2005년 9.7%에서 지속 하락해 2018년 6.5%까지 떨어졌으나, 2020년 7.1%로 다시 상승했고 2021년 물류대란을 고려한다면 기업의 매출 대비 물류비 비중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유 본부장은 기업의 물류경쟁력 악화 요인으로 △높은 도로운송비 △물류 규제 및 불합리한 시장구조 △물류 인건비 증가 △저조한 디지털 전환 수준을 꼽았다.
기업의 물류비 항목 중 운송비 지출액에서 '도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81.8%로 해운(13.6%), 항공(4.4%), 철도(0.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의 운송비 지출 중 도로의 비중은 61.8%였으나 중소기업은 86.5%로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부터 시행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로 최근 3년간 수출기업의 컨테이너 내륙 운송 운임은 25~42%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화주-1차 운송사-2차 운송사-주선사-차주'로 구성된 운송시장의 다단계 시장구조와 지입제 문제, 엄격한 화물차 총량규제 정책 등이 기업의 물류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52시간 근무제 등의 경직된 적용도 물류 부문에서 추가적인 인력 수요를 촉발시켜 인건비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인건비 애로를 호소한 기업은 대기업(9.4%)에 비해 중소기업(10.0%)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국내 물류시장의 디지털 성숙도는 농업(14위)보다 뒤처진 15위 수준이며, 물류 분야에서의 정보통신기술(IT) 활용률(39.6)도 전체산업 평균(68.4)에 비해 낮았다.
이에 무역협회는 기업 물류비 부담 축소를 위해 △물류 시설 노동유연성 확보 △물류 디지털 전환(DT) 지원 △안전운임제도 일몰 △기업 물류현황 정례조사 등 정책 지원을 제언했다.
'국내 화물운송 시장 발전방안' 발제에 나선 교통연구원 이태형 박사는 지속가능한 화물운송시장 체제 조성을 위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관련법 정비, 허가번호 체계 표준화 등 통합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교통정책경제학회 박민영 교수는 '안전운임제도의 개선방안 연구'라는 발제를 통해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운송공급자(차주 및 운수사)와 수요자(화주)의 의견이 동등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운송원가 항목을 단순화하고 객관적인 원가 조사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물류비 증가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국민경제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안전운임제가 지속가능한 제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한 자동차부품 기업은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미국향(向) 배의 선적 공간이 없어 수출에 큰 차질을 빚었다"며 "겨우 확보한 선적 공간마저도 단기간의 물류비 폭등으로 과거에 비해 6~7배 비싼 운임을 지불해야 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물류대란으로 항공 및 해상운임이 많이 오른 가운데 육상 운임마저 급등해 물류비 부담이 매우 크다"며 "수출시장에서 중국 등 경쟁국과 1% 이하의 소수점대 이익률을 두고 원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비용이 오르면 기업은 그나마의 이익도 포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전에는 운송 계약기간 및 물량에 따라 운임 협상이 가능했으나,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운임 요율표를 강제로 따를 수밖에 없어 기업이 체감하는 운임 상승률은 실제 인상분보다 훨씬 크다"고 언급했다.
한 시멘트 기업은 "시멘트 업계 육상 물류비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40% 넘게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운송거부 등으로 인한 전용차량 부족현상으로 물류비 추가 인상 압박이 거세다"며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