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뉴스

    노른자 정비사업 잇단 유찰…경쟁 피하는 건설업계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10/28 09:53:12

    건설 업황이 침체되면서 노른자위 정비사업지를 둘러싼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도 사라지고 있다. 최근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이 잇달아 유찰 되는가 하면 단독 응찰로 무혈 입성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도시정비사업지(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120곳 중 88%(105곳)는 업체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 계약으로 체결됐다. 도시·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상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 한 곳이 단독 입찰할 경우 1차례 유찰 후 2회차부터 수의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정비사업 수의 계약은 올 들어 금리가 치솟고 시공비용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늘기 시작했다. 특히 과거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던 서울 시내 중대형 정비사업지에서도 단독 응찰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과 이달 서울에서 단독 입찰로 유찰된 재건축 사업 사례는 △영등포 남성아파트(롯데건설) △노원 주공5단지(GS건설) △방배 신동아아파트(포스코건설) △송파 가락상아1차(GS건설) △광진 중곡아파트(무응찰)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잇단 유찰은 공사비를 둘러싼 발주처(조합)와 시공사 간 입장차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정비 조합은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 속에서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공사비를 낮게 책정하고자 하지만 시공사들은 급등한 자재값과 인건비 등을 내세워 낮은 공사비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성남시 양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리는 수진1구역(5630가구)과 신흥1구역(4183가구) 시공권은 공사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세 차례에 걸친 유찰을 거듭한 바 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각각 대우건설·현대건설·DL이앤씨 컨소시엄과 GS건설·DL이앤씨·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현재 정비사업 상위 업체들의 수주 실적만 봐도 수의계약이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업체인 현대건설은 전국 13곳에서 체결한 모든 정비사업이 타사와 경쟁이 없는 수의계약(컨소시엄 포함)으로 따냈다. 2위권을 형성중인 포스코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건설업계에서는 무리한 수주 경쟁과 홍보비 지출, 업체 간 흠집 내기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정 정비사업지에 복수의 시공사가 응찰 할 경우 홍보관 설치와 간행물 제작·배포, 홍보 인원(OS)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고 시공비와 금융 지원 혜택 등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발주처인 조합 입장에서는 이 같은 양상이 달가울 리 없다. 시공조건 비교 분석 자체가 어려워지는 데다 시공사간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제안을 이끌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계약 후에도 단독 응찰 건설사에 끌려다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공사비 규모와 일반분양 세대 수가 작은 중소형 사업지에서 유찰 또는 무응찰 우려가 높아지면서 입찰 보증금을 대폭 낮추거나 보증보험증권으로 대체가 가능하게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수도권 한 정비사업 조합 대표는 "최근에는 시공사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입찰 보증금을 평년보다 대폭 낮추는 한편 보증보험증권 대체 납부도 가능하게 돌리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면서 "컨소시엄 입찰 불가 항목 자체를 없애는 곳도 상당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고금리와 자금 경색 등으로 시공사들이 수익성 확보에 대한 고민이 늘면서 정비사업 경쟁을 회피하는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 입찰 시, 유찰이 발생하는 것은 발주처(조합)와 시공사 간에 건설공사 비용에 대한 견해 차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고려해 실제 입찰 단계에서 유찰이 발생하거나 또는 입찰에 나서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