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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3% 시대 맞은 산업계, 투자계획 전면 수정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10/24 10:44:10

    산업계가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영향으로 투자·생산 등 경영 활동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로 은행 대출 의존도는 높아져 이자 부담은 늘고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산업계는 경영 불확실성의 확대로 '전략 재정비'에 착수한 모양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들의 투자 시장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8차례 인상돼 연 0.5%에서 3%까지 솟구쳤다. 지속되는 금리인상에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한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대출금리가 0.5%포인트만 올라도 기업들이 내야하는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하면 대기업 10곳 중 3~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 직면한 상황이다.


    여기에 1400원을 돌파한 달러·원 환율과 전쟁 등으로 인한 고물가, 전기 요금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산업계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추가로 금리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자금 조달 마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경제상황 관련 기업 자금사정'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이 '은행·증권사 차입'(64.1%)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행대출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내부 유보자금'(23.9%), '주식·채권 발행'(7.1%) 순으로 4곳 중 1곳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부채상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9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한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43개국 중 15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의 19위에서 4계단 상승한 순위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당초 세워둔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 확보 악화로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기존 투자 계획을 철회·재검토하는 등 산업계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4조3000억원 규모의 청주 공장 증설 투자를 보류했다. HD현대는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3600억 원 규모의 CDU(상압증류공정) 및 VDU(감압증류공정)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투자 소요 비용의 상승 등으로 본투자 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향후 원자재 시장 전망에 대한 합리적 예측도 어렵다는 게 중단 이유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지난달 1600억 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기업들은 부동산을 팔고 투자를 미루는 등 '현금 모으기'에 한창이다. 이와 관련 한진칼의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 8월 제주KAL호텔을 950억원에 매각했고, 만도도 8월 판교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4000억원에 한라운용리츠에 매각했다.


    양사 모두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번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에쓰오일의 경우 각각 1400억원,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기도 했다.


    한편 기업들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상장사들이 유형자산과 영업권 등을 처분한 규모는 6조6380억원으로 전년 보다 71% 늘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투자 위축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기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을 늘리고 자금 조달 수단을 다양화하는 금융정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돈줄이 월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대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사업성이 있더라도 타이밍을 미루는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보이며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