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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비 치솟고 분양은 안되고"…지방건설사 줄도산 위기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10/20 10:30:19

    지방 건설업계 경영난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재값 인상을 예상치 못한 무리한 수주와 착공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지역 중소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최근 5년간 건설사 도산 현황'에 따르면 작년까지 내림세였던 도산 건설사 수는 올 상반기(1~6월)까지 총 8곳으로 급증했다. 이들은 대부분 부산·경남 등 지방 소재 업체들이다. 수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이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수주와 착공에 나섰지만 올 들어 갑작스런 시장 침체와 자재값 급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 지방 업체들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경기가 좋을 때 오히려 선별수주에 나서야 하지만 지난 수년간 대다수 건설사들은 자재값이 무난하고 분양 경기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지나치게 사업을 확장한 면이 있어 최근 자금난이 심각한 업체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수년동안 수주를 급격히 늘려왔다. 대한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건설 수주 총액은 지난 2017년 160조 3955억원에서 지난해 211조 9883억원으로 4년 새 32.2%(약 52조원) 급증했다. 심지어 건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해도 지난 8월까지 국내 건설 수주는 151조 335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2.7% 늘었다. 이는 2년 전에 비해서 32.8% 불어난 수치다.

    고금리로 발주 환경 자체가 악화된 데다 연초부터 이어진 자재값 상승으로 실제 시공비마저 치솟았지만 수주 물량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건설사들의 현금 회수 창구인 분양 경기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2722가구로 작년 말(1만7710가구) 대비 85.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발 미분양은 2만 7710가구로 작년 말(1만6201가구)보다 71.0% 불어났다.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악화일로다. 최근 대한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기실사지수(CBSI·9월 기준)를 보면 건설 자금조달지수는 한달 새 15.0포인트(p) 급락한 72.0을 기록해 2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동기간 공사대수금지수도 6.4p 내려앉아 90.1를 기록 중이다.

    자재값 급등과 분양경기 침체는 지방 중소 업체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소 건설사는 발주처와 시공 계약 시 '설계변경 불가' '책임준공' 등을 명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자재값 급등할 경우 공사를 진행 할수록 적자가 쌓일 수 있는 구조다.

    또 대형 건설사는 자재 매입처와 장기 계약을 통해 상대적으로 주요 자재를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지만 중소 업체는 시공 건별 단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대구에서는 다수의 사업장이 공매로 쏟아지는 실정이다.

    종합건설사에서 도급을 받아 특정 공정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사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대구 지역 토공 전문건설사 대표는 "치솟은 자재값에 하도급대금을 일부 올려 받긴 했지만 여전히 원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도 "여러 악재가 겹친 시공사에서 공사비를 더이상 지급할 수 없어 공사를 중단하자고 나서면 전문건설사들은 줄도산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분기에 착공 면적이 크게 줄어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4분기부터 공사비 상승 폭이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조달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등 당분간 건설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