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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없는 도서지역도 규제지역 해제?…전시행정 논란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8/02 08:54:41
부동산 침체기를 끊어내기 위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이 발표됐지만 사실상 종전과 '변동없음'이라는 결과를 냈다. 전국 규제지역 대부분이 해제 요건을 충족하고 당초 새 정부의 강력한 규제 해제 예고와 달리 일부지역만 해제 지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가 없는 도서지역을 해제 지역에 포함 시켰고 최근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세종은 오히려 배제했다.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는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를 열고 투기과열지구 6곳, 조정대상지역 11곳 등 17개 규제지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과감한 규제 완화가 예상됐지만 정부는 '점진적 조정'을 선택했다.
최근 주택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든지 국지적인 과열로 이어질 우려가 남아있는 등 시장 상황이 매우 예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지만 결국 지난 정부와 같이 '규제'를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당초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약속한 만큼 예상과 다른 지역을 해제 지역에 포함시켜 시선을 돌렸다는 일부의 시선도 나온다. 규제지역 해제 기대감이 컸음에도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던 수도권 지역도 포함됐다는 점에서다.
다만 효용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수도권 내에서 규제가 해제된 곳은 6곳으로 안산 단원구 △대부동동 △대부남동 △대부북동 △선감동 △풍도동은 투기과열지구 해제 △화성 서신면은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났다. 이들 지역은 아파트가 없는 도서 지역이었다.
통상 부동산 규제 해제는 해당 지역에 대출, 거래, 조세, 청약 등 규제를 풀어 가격과 거래량을 활성화 시킨다는 목적이 있는데 이들 지역은 규제를 풀어도 이런 효과를 보기 힘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 지정으로 과도하게 눌린 지역 집값의 숨통을 터준 효과는 있겠지만 거래량을 늘릴 물건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규제 해제로 시장 활성화가 확 이뤄지는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와 대전 등은 집값 하락을 이유로 규제를 해제했지만 최근 최근 전국에서 가장 큰 집값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 세종시도 포함되지 않은 것도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에 무게를 더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45주 연속 추락하고 있다.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5월 둘째 주에만 0.09% 떨어졌다.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넷째 주 이후 42주 연속 하락세다. 월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세종 아파트값은 누적 기준으로 3.11% 떨어졌다.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세종 아파트값의 약세 폭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대구보다도 더 크다. 대구 아파트값 하락률은 △1월 -0.34% △2월 -0.41% △3월 -0.68% △4월 -0.63%였고 세종은 △1월 -0.99% △2월 -0.66% △3월 -0.81% △4월 -0.65% 로 더 컸다.
세종에서는 최근에는 매맷값이 최대 4억 가량 떨어진 단지까지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4단지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 13일 4억2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신고가인 7억9000만원과 비교해 49%(3억8800만원)가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세종시와 수도권은 현행 규제지역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세종시는 최근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청약경쟁률이 여전히 높아 잠재적인 매수세가 유지 중인 것으로 봤다.
부동산 규제 해제 정책에 대한 효용성이 지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도 이번 규제 해제 조치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규제지역은 조정대상, 투기과열, 토지거래허가, 고분양가관리, 미분양관리 등 종류가 많고 중복되는 규제가 많아 상하위 개념이 모호하다"며 "가격이 조정되는 곳과 오르는 지역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한층 명확한 규제지역 지정 기준과 단계별 규제 내용, 단계별 수위 제시 등 명확한 신호를 시장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위원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침체되고 미분양이 적체된 지역 위주로 규제지역이 해제되었지만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기엔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요소 중 최근엔 거시경제나 대출규제, 금리 인상 등 대외적인 환경이 더 큰 상황이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매수세가 규제 해제지역으로 집중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