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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업 40일 대우조선 "이러다 다 죽는다"…눈물의 폐업·삭발까지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8/18 08:19:47
"생산 차질이 계속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회생 불가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
11일 오전 8시 서울 경찰청 정문에서 30여명의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출근길 시민들에게 "한 번만 읽어달라"며 호소문을 건넸다. 호소문을 외면하는 시민들에겐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더 가까이 다가갔다. 불법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대우조선 임직원들의 절박함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옥포조선소 내 1도크 무단점거 농성이 40일째 이어지고 있다. 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 상여급 300% 인상 등을 내세우며 조선소 핵심 생산 시설인 1도크를 점거했다. 노조원 중 1명은 화물창 안에서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용접해 스스로 가두고 감옥투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로 인한 대우조선해양의 피해액은 날마다 증가하고 있다. 안욱현 대우조선해양 수석부장은 "불법 파업으로 인한 진수 중단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파업으로 인한 대우조선해양의 피해액은 현재까지 3000억~4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1도크 점거 농성으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도크에서 작업이 안되면 그 뒤에 있는 작업들이 순차적으로 밀린다"며 "조선소 내 작업이 절반은 중단됐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하청지회의 파업으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안 부장은 "조선소 작업 중단으로 하루 또는 월 단위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 분들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약 1~2% 노동자분들의 파업으로 대다수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협력업체들도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날 오후 2시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협의회 주관 불법파업 해결 촉구 집회가 열렸다.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로 회사 문을 닫는다는 진민용 주식회사 삼주 대표는 담담하게 삭발식을 거행했지만, 호소문을 읽을 때는 감정에 복받친 모습이었다.
그는 "하청지회로부터 작업장 입구를 봉쇄 당했고 현장에 투입되는 작업자들은 조합원들의 협박 전화를 받아 출근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불법 파업으로 생산을 하지 못한 저희 회사는 결국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원들로부터 이젠 대놓고 일하냐며 내일부터는 '일하지 말라' 라는 협박을 당했다"며 "본인은 불법 앞에 무릎 꿇고 폐업했지만 나머지 협력사 대표님들은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력업체 대표로 선언문을 낭독한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는 "22개사는 교섭 대표단을 구리고 3차에 걸쳐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하청지회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모든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교섭에 나설 의미가 없다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며 "협의회 대표들은 이들의 불법행위를 감내하며 기다려 왔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고 경영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피해로 하청업체들이 실제로 폐업하고 있음을 알렸다. 권 대표는 "거통고 하청지회가 본격적인 불법 행위를 시작한 2021년에 5개사가 폐업을 했고 2022년 6월에 3개사, 7월에 4개사가 폐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협의회가 협상을 외면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곡해가 있다며 하청노조를 제외한 하청직원들과의 임금 협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청업체들은 원청으로부터 3.2%의 단가 인상을 협의했으며, 이에 따라 하청직원들과 개별적으로 4.5%~7.5%의 인상에 서명했다"며 "그중 일부인 0.9%의 인원이 서명을 거부하고 불법파업에 돌입한 것"이라고 했다.
협의회는 정부에 대한 섭섭함도 토로했다. 그는 "경찰청 앞에 집회 신고까지 하며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집회 장소도 안내되지 않았다"며 "경남 경찰청장은 면담 요청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협의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태 해결을 위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권 대표는 "모든 전문가가 조선산업은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고 저희도 중차대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지속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대통령께서도 하루 빨리 지금의 문제가 해결돼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대한민국 조선 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며 말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