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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고공행진에도 정유사 '씁쓸'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6/20 08:30:58
정제마진 초강세로 최대 이익 실현을 거두고 있는 정유사들이 '불확실성'에 웃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국지적 봉쇄로 인한 수요 위축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쥐고 있는 아시아 공식판매가격(OSP)의 상승 때문이다. 향후 정유사들의 호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5월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datastream 기준)은 배럴당 20.04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5.9달러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등한 수준이며 2.9달러를 보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오른 셈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와 같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운송비 등을 뺀 금액을 의미한다. 통상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정제마진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대한 각종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 정제마진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디젤의 재고 부족과 타이트한 수급 상황도 정제마진 강세를 부추겼다.
다만 업계는 중국의 상하이 봉쇄 등에 따른 아시아 수요의 위축 여파를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수도 상하이를 한달 넘게 봉쇄한 상태다. 여기에 산시성 시안(西安) 등 일부 대도시의 봉쇄도 이어지고 있다. 석유 수요가 종전 기대치 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은 초강세를 띄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장기간 확산될 수 있는 이슈로 본다"며 "등·경유의 아시아 재고는 5년 평균을 약 40% 밑돌 만큼 낮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권역 내 정유사에 파는 원유의 OSP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높였다는 점도 정유사들에게는 부담이다. OSP는 중동산 원유를 도입할 때 산유국들이 두바이유 가격에 붙이는 프리미엄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 공식판매가격(OSP, Official Selling Price)을 배럴당 9.35달러로 인상했다. 1분기의 3배 수준으로, OSP가 높아질수록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도입단가도 함께 올라간다.
업계에 의하면 아시아 지역 OSP의 상승은 그만큼 중동산 원유를 쓰는 정유사들의 원가에도 영향을 준다. 원가 비중이 느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OSP를 반영한 정제마진은 7~8달러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는 불확실성에 놓여 있어 전체적 전망도 낙관하기 힘들다"며 "단기적으로는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으나, 각종 지표의 등락폭이 너무 크다보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유사들의 실제 마진이 좋지 않아 2분기를 포함한 향후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OSP의 경우 9달러가 넘어가 정유사들의 원유도입단가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갈수록 실제 마진은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여름 휴가철인 '드라이빙 시즌'이 도래하고 항공유 수요 개선이 시작된 데다 중국 봉쇄 해제 이후 제품 수요 회복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사우디가 다음 달 OSP를 전월 대비 배럴당 4~6달러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한편 정제마진 초강세 속 국내 정유사들은 일제히 가동률을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SK에너지는 최근 정제시설(CDU) 가동률을 9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에쓰오일도 올해 1분기 정제설비 가동률을 99.6%까지 끌어올렸고, GS칼텍스 역시 최근 90%대 중반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정제마진 초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