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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밥 vs 확장…쌍용차 인수 나선 쌍방울 속내는?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6/10 08:36:58
쌍방울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 추진 발표로 주가가 급등한 계열사 주식을 팔아치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수 의지의 진정성 여부에 업계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 계열사 미래산업은 보유 중이던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6842주를 지난 4일자로 모두 처분했다. 장외에서 154만697주를, 장내에서 493만6145주를 각각 팔아치웠다. 주당 매각가는 1917원 수준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전날인 지난달 31일 종가 1235원과 비교하면 55%가량 높았다.
쌍방울계열 광림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래산업은 이번 지분 매도를 통해 124억1479만원을 현금화했다. 미래산업은 처분 목적을 ‘주식 매각에 따른 현금 유동성 확보’라고 설명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로는 쌍방울, 광림, 비비안, 나노스, 아이오케이, 미래산업, 인피니티엔티(거래 정지)가 있다.
쌍방울그룹은 지난달 31일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되자 계열사 광림을 주축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광림은 전일 쌍용차 인수 자금 조달 준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쌍방울그룹의 쌍용차 인수전 참여에 대해 업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트라이'로 유명한 내의 전문기업 쌍방울그룹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사업다각화 행보를 보여왔다.
이 기간 6개사를 품에 안으면서 '광림→쌍방울→비비안→인피티니엔티(옛 포비스티앤씨)→아이오케이→광림'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췄다. 쌍방울은 비비안 지분 14.75%를, 비비안은 인피니티엔티 19.67%를, 인피티니엔티는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오케이 24.05%를, 아이오케이가 광림 14.03%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계열사들은 '공동 운명체'로 얽혀 굵직한 사업을 함께 진행해왔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특수를 누린 마스크 사업은 쌍방울, 비비안 등 4개 계열사들이 협업 중이다. 쌍방울이 마스크 생산, 남영비비안은 새 디자인의 마스크 개발, 미래산업은 마스크 생산설비를 맡고 있다.
계열사간 협업이 이번 쌍용차 인수 추진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M&A로 사업을 확장하며 거대 그룹으로 부상한 쌍방울그룹이 자동차산업 진출을 통해 굵직한 사업 영역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크게 봤을 때 속옷회사라는 쌍방울그룹의 정체성이 달라져 그룹 차원에서 산업 전반으로 발을 넓히려는 기조가 읽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쌍방울그룹이 쌍용차가 보유한 9000억원 상당의 토지를 개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이 쌍용차 인수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주식을 팔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내면서 인수 추진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도 강력한 조치에 나섰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임원회의를 열고 “상장기업 인수를 통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본시장을 악용함으로써 시장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투자자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불공정거래 개연성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주식은 차익 실현을 하기 위해 보유하는 자산”이라면서 “기존 자산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보다 이익이 된다면 매도하는 것이 합리적인 시장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쌍방울그룹이 1조원 이상에 이르는 쌍용차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큰 상황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26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2819억원), 2020년(4493억원) 등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누적된 상태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쌍방울이 아닌 다른 강력한 원매자가 쌍용차를 인수하더라도 쌍용차는 고난도의 경영 해법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쌍방울그룹이 제출한 사업보고서(연결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쌍방울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등 유동자산은 2713억원에 달한다. 또 매도가 가능한 금융자산 등 비유동자산을 모두 합산해도 자산은 3956억에 불과하다. 이익잉여금 등 자본 총액도 2283억원대다.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자금력 뿐 만 아니라 경영 측면에서도 시장의 불신이 남아 있다.
이같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쌍방울그룹은 쌍용차 인수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지난 6일 광림은 KB증권·유진투자증권을 통해 쌍용차 인수 자금 조달 준비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고 공식화했다.
광림은 “쌍용차 인수를 위한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인수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광림 측은 자금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은 향후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광림은 “현재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 제의가 지속 이어지고 있어 향후 자금 확보도 안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합병(M&A) 계약 해지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쌍용차에 대해 인수 의지를 표명한 기업이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을 비롯해 4~5곳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재매각 속도가 빨리지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가 제기한 소송전을 일찍 마무리하고 다각도의 매각 방법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