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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채용·금품 요구' 건설현장 하이에나 행패 여전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6/08 08:22:17
#.1 지난 1월 경기지역의 한 지식산업센터 건설 현장. A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시공을 맡은 건설사에 해당 조합원들을 근로자로 채용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에 일하던 다른 노조 소속 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조합 노조원을 채용하라는 요구였다.
#.2 경기도의 한 아파트 현장. 최근 플랜트 노조가 찾아와 시위를 벌이는 탓에 이들에게 몇 개월간 월 185만원씩을 노조발전기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말았다.
건설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고의적인 공정 지연 사례의 일부다. 이뿐 아니다. 6~8개월 안에 끝나는 공정이라도 1년 이상 늦출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1년 이상 공사가 지연되면 퇴직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15~20명으로 구성된 한 팀당 1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나간다. 추가 비용은 분양가에 전가되는 만큼 결국 그 피해는 수요자에게 돌아간다.
공기(工期) 지연과 비조합원 등에 대한 공정한 채용기회 상실 등 사회 문제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정부도 칼을 빼들었지만 기대감은 낮다. 지난해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적 행위를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 건설 현장에서는 노조들이 무리한 요구로 공사 진행을 방해하는 불법 관행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노조발전기금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소속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는 식이다. 노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폭행·협박 같은 실력행사를 통해 공사 진행을 방해해 공기 압박에 시달리는 시공사는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모양새다.
하이에나 같이 어슬렁거리며 요구하는 각종 이권을 들어주지 않으면 조합원 등을 동원해 해당 시공사가 맡은 전국 모든 건설 현장을 마비시킨다는 협박을 하거나 공사장 내 사소한 위반사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계속 신고하는 방식으로 괴롭힌다.
노조 행태가 관행으로 자리잡은 데는 현행법의 허술함도 한몫하고 있다. 채용절차법은 30인 이상 사업체에 적용되지만 건설업체의 90% 이상이 30인 미만이라 노조의 '자기 노조 우선 채용' 요구로 처벌을 피해 간다.
건설노조의 갑질을 막을 장치도 미미하다. 노동법에는 사용자가 아닌 노조의 부당노동행위가 없어 특정 노조의 조합원만 채용하는 협약을 했을 경우 사업주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지만 노조는 기소되지 않는다. 공정거래법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을 방해하거나 가격을 결정해 공정거래를 정면으로 위반해도 노조는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횡포를 서슴없이 부리는 노조 단체가 늘어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국 건설업계 노조만 이미 36곳에 이른다. 이 중 양대 노총 소속 노조가 23곳이고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근로자들이 만든 지역 노조, 중국 동포나 불법체류자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노조 등도 10여 곳에 달한다.
여기에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을 탈퇴한 사람들이 각 지역에서 별도 노조를 설립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현행 노조법상 노조 설립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2명 이상이면 자유롭게 노조 활동을 벌일 수 있다.
정부는 전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채용 강요 등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방안'을 심의·확정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채용 강요 등 불법행위가 건설 현장에서 고착화되면 안전과 경쟁력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게 된다"며 "노동계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노동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불법행위 근절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인수위와도 논의할 것"이라며 "정부 의지를 가볍게 보는 풍토를 반드시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건설 현장에서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전국 지역별로 실무협의체를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부처별로 건설 현장 담당자를 지정해 국토교통부 신고센터 접수 현장, 고소·고발이 진행된 현장 등을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실무협의체에는 국토부와 경찰청,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또 정부는 어떤 현장이든 사유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건설 현장 출입 방해, 건조물 침입 등은 물론 폭력, 소음 규제 위반 등 모든 불법행위를 빠짐없이 처벌함으로써 공사 진행에 방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지난해에도 정부 차원에서 대안을 내놨지만 공권력이 여전히 불법적 행위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국무조정실, 고용노동부,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합동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는 건설현장 내 채용 강요, 불법 점거 등을 집중 단속했다.
하지만 건설노조 조합원 103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단 1명을 구속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8월 경기도의 한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횡단보도에 동전을 고의로 떨어뜨려 놓고 줍는 척하면서 레미콘 트럭이 공사 현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사건의 경우 관련자 24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는 사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는 꾸준히 늘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이런 집회·시위는 지난 2016년 2598건에서 지난해 1만3041건으로 5배가 됐다.
건설 현장에서는 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단속을 위한 신고 기준에 익명이 보장된다는 확신이 없어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신원 공개를 감수하고 신고하더라도 공무원들 역시 노조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해결하라'는 답변만 받는다"고 털어놨다.
물론 새 정부 출범으로 건설현장에 기대감이 감돌고 있기도 하다. 새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이 신속한 주택 공급이라는 점에서 공사 기간을 지연시키는 현재까지의 업태를 정부 차원에서 그대로 놔둘리 없다는 해석이다.
업계도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건설업 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과감한 규제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산업구조 변화에 맞지 않는 낡은 법 제도와 건설현장 노조원 채용갑질만 일삼는 노조, 처벌만을 양산하는 각종 규제 등은 차기 정부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