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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커머스, 상장 급제동이 거래소 때문?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3/24 09:26:59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조(兆) 단위 e커머스의 '상장 드림(Dreams)'이 대선 국면 속에서 화려하게 치러질 수 있을까. 쿠팡이 지난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등판하면서 업계에선 뜨거운 상장 바람이 불었지만 1년만에 분위기가 식어가는 모양새다.


    대선 국면 앞에서 여느 해보다 시장 불확실성이 큰데다 대선 직후 한국거래소 수장 교체와 인사 바람이 예고돼 있어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컬리는 올해 상장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하게 됐다. 당초 목표였던 1월에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었으나 거래소 요청으로 자료를 보완 및 수정하면서 현재까지 예비심사를 신청하지 못한 상태다.


    상장심사 기간은 영업일 기준 45일로 보통 두 달 반쯤 걸리는 데 통상 3∼5개월 정도 소요된다. 늦어도 컬리는 지난달말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했어야 했다.


    컬리의 상장 신청이 늦어지는 데에는 누적 적자와 함께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2020년 말 김 대표의 지분율은 6.67%였다. 지난해 4700억원 이상을 외부에서 투자받는 등 투자자들의 지분이 늘어나면서 현재 김 대표의 지분율은 5%대 이하로 더 낮아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여기에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상장 신청이 지연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비롯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증시가 불안한 상황이다.


    증권 시장 관계자는 "미국 증시가 간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도 반등하는 등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상장의 경우는 여러 가지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특히 거래소의 심사 요건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 상태 등 다수의 변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 불확실성을 부채질하는 가장 큰 요인은 대통령 선거다. 특히 금융 기관 수장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로 낙점돼 왔다. 이렇다보니 e커머스 기업들은 거래소 이사장 거취와 인사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언해왔던 컬리의 상반기 상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컬리는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이 상장을 설득하며 국내 상장을 준비해온 케이스여서 거래소 이사장 교체 여부도 주시하는 모습이다. 거래소는 증권사들이 주주이지만 중립적 기능을 감안해 정부에서 통상 친정부적인 이사장 후보를 추천한다.


    앞서 손 이사장은 쿠팡 본사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K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의 국내 상장 유치에 총력을 다 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번 밝혔다. 지난해 3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미래성장형 기업들이 국내 상장에 매력을 갖도록 코스피 상장제도를 개선하고 심사 프로세스도 전문화하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이 분위기 속에서 손 이사장은 직접 컬리 김 대표를 만나 국내증시 상장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컬리 측은 "거래소의 제안으로 국내 상장을 선택한 것은 맞다“면서 ”주어진 여건 속에서 묵묵히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언제 상장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선 이벤트에 따른 시장 변화를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통합몰 SSG닷컴과 오아시스도 컬리와 마찬가지로 대선 국면을 주시하며 상장을 준비 중이다. SSG닷컴의 경우 기존 투자자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유치한 상태에서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 입성이 목표다. 상장 주관사 선정도 마쳤다. 오아시스도 상장 주관사와 함께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상장을 준비하는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이사장 교체는 당면한 수순이라면 후속 인사를 통해 그동안 호흡해온 실무자들이 바뀐다거나 K유니콘에 대한 인식 변화 및 기본 요건인 증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할 것 같다"면서 "현재로선 예정대로 상장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