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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파업 44일째…“명분·여론 다 잃어”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2/11 11:56:15
44일째 이어지고 있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노조 파업에 대해 '명분 없고 지지도 잃었다'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처우 개선을 위한 파업에 지지한다던 비노조원들마저도 등 돌리는 분위기다. 현장에서는 노조의 복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지지세력을 앞세워 파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서는 등 장기전에 돌입할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한 달 넘게 대치했지만 노조가 얻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출구전략을 세우기에는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비노조 택배연합회는 오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총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2차 집회를 연다. 평시 대비 10~15% 늘어나는 연말 및 명절 택배 물량을 처리하면서 비노조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여파다.
비노조 측은 앞서 노조가 파업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명절 택배물량이 몰린 지난달 중순께 김슬기 비노조 택배연합회 대표는 "물량을 줄일 수 없기에 한정된 시간 안에 수백 개의 택배를 배달하려면 끼니를 거르며 배달할 수밖에 없다"며 "택배노조 때문에 기사들 처우가 도리어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비노조가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거래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CJ 단가 상승으로 거래처 이탈이 있었고, 파업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거래처가 CJ를 떠나고 있다"며 "거래처가 줄어 당연하게도 배달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전국 비노조 택배기사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일부 비노조원의 집하 물량은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1월 많게는 79% 줄었다. 거래처 감소는 '생계에 직격타'다. 택배기사 수입의 30~40%는 거래처 물량(집하)에서 충당될 정도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수입 전체를 집하로만 채우는 경우도 있다.
택배업에 오래 몸 담은 한 관계자는 "소규모 업장일 때부터 거래를 해온 오랜 고객사를 잃는 리스크가 이번 파업으로 커졌다"면서 "한번 이탈한 거래처가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고, 파업이 길어지면 택배기사는 미안해서라도 재계약 얘기를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중이라던 노조 일부가 본인 거래처 물량을 집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파업 중인 조합원들에게는 집하 제한이 걸려있어 배송 물량이 전혀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중 파업에 참여 중인 노조는 7%다. 노조는 최근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4개 진보정당이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와 여당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은 CJ대한통운을 악덕기업으로 명명하며 "노조는 합리적인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의 단가 인상으로 확보한 이익을 정상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270원 인상으로 4800억원의 초과 수익이 발생, 이 중 2500억원이 회사 몫인 것은 사회적 합의에 어긋나는 행태라고 비난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기사 93%는 서비스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접수제한이 걸리지 않는 지역에서의 대체배송을 추진 중이다. 비노조원들과 대리점주들은 "하지만 노조원들이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경기도 고양시, 성남시, 이천시, 광주시 등은 노조 파업으로 6주째 배송 차질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