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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은퇴 후 자산관리 전략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2/04 14:24:54
“제가 이번에 퇴직금으로 2억원을 받았는데요. 이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재작년부터 시작된 동학개미 투자 붐 이후 자주 받아온 질문이다. 대답하기에 참 난감한 질문이다.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종목을 소개해 주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다. 묻는 분의 나이는 짐작할 수 있지만 재산상태, 가족상황, 투자성향, 투자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OO종목 사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 큰 이유는 질문하는 분의 자산관리에 대한 마음가짐이 현역에 있는 젊은 직장인과 거의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후 노후자금이 모자랄 거라는 초조함 때문에 투자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면 퇴직은 올라가는 등산을 끝내고 하산 시기로 들어서는 분기점에 해당한다. 등산은 오를 때보다도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 그만큼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이다. 퇴직후에는 공격적인 투자방법을 통해 돈을 버는 걸 생각하기보다는 줄어드는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까, 그리하여 인생의 내리막길을 어떻게 무사히 내력갈까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퇴직자들은 여전히 자산을 늘려가는 데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한 외국언론인이 4년간의 서울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남기고 간 말이 생각난다. “한국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나 열심인데 주어진 형편에 맞춰 사는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 공부가 안되어있다.” 진정한 경제적 자립이란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자신을 맞추어 넣는 능력을 기르는 것인데 이 문제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서점에 나와있는 자산관리 서적을 봐도 거의 대부분이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자산을 모아가는 데 필요한 서적뿐이다. 퇴직을 했거나 퇴직이 가까운 사람에게 필요한 책, 퇴직후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까에 대한 안내서는 거의 없다.
은행, 증권, 보험회사와 같은 금융회사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영국 등의 선진금융회사에서는 인출전략, 지속가능 인출율, 최저인출율 등과 같은 금융용어가 일반화 되어 있는 데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하다. 어찌 보면, 종래에는 그런 조언이 필요없었는지도 모른다. 수명도 짧고 모아둔 목돈도 별로 없는 데다 노후는 자식이 책임진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오는 인생100세 시대에는 사정이 다르다. 조금만 잘못 관리하면 노후난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50~60대부터 보유자산의 수명을 늘릴 방법을 미리미리 생각해보고 실천해야 한다.
은퇴후의 인생은 80세 전후를 기준으로 은퇴전반기와 은퇴후반기로 나뉘어진다. 은퇴 전반기는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퇴직 직후부터 80세 전후까지이다. 이 시기는 퇴직을 했기 때문에 정기적인 급여소득이 없다. 따라서 생활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모아둔 노후자금 중에서 인출해 쓰면서 남은 자금을 금융상품에 운용해야 한다. 노후자자금을 인출해 쓰면서 운용하는 시기인 것이다.
회사에서는 퇴직했지만 자산운용에서는 아직 은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생활비를 아껴쓰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운용수익을 올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평균수치를 보면 모아놓은 노후자금 총액의 연4%정도를 생활비로 인출해 쓰면서 남은 자금은 정기예금리+∂ 정도의 수익률로 운용하는 걸 목표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리수준으로 보면 연3~4% 정도이다. 그만큼 보수적으로 운용하라는 뜻이다. 펀드 같으면 채권혼합형펀드에, 주식에 직접 투자할 경우에는 주식의 비율을 노후자금 총액의 20~30% 정도로 낮춰야 한다.
은퇴전반기의 인출전략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출금액을 줄여서 가능하면 많은 자금을 은퇴후반기로 이월시키려는 노력이다. 우선, 퇴직후의 생활비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지방 이전 등을 통해 주거비를 줄이고 경조비, 문화비 등의 기타생활비를 줄이는 노력이다.
현역시절에 3층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가입해 매월 일정 금액씩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면 그 금액만큼은 인출금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층연금 준비가 안된 경우에는 보유주택이나 농지를 담보로 주택연금, 농지연금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약간이라도 근로소득을 얻는 노력을 하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하다. 퇴직후의 3대 불안은 돈, 건강, 외로움인데 이 3대 불안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해나가다가 80세 전후가 되면 은퇴후반기에 들어서게 된다. 이 시기에는 점차 판단력도 흐려지게 되어 운용에서도 졸업해야 한다. 대부분의 자금을 예금이나 CMA와 같이 원금손실의 염려가 없는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놓고 인출해 쓰기만 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도 생활비를 아껴서 규모있게 인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노후자금이 바닥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명보다 노후자금의 수명이 길도록 관리하는 게 퇴직후 자산관리의 목표인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은퇴후의 자산관리 전략을 세울 때 유념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퇴직후의 생존기간이 상상 이상으로 길다는 점이다. 노후설계를 할 때 평균수명에서 현재의 나이를 뺀 만큼의 기간을 생존기간으로 상정하고 설계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보다는 생존활률 20%를 기초로 생존기간을 상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현재 60세인 사람의 20% 생존확률은, 통계청 간이생명표를 참고로 트러스톤연금포럼이 계산해본 바에 따르면 남성은 91세, 여성이 95세이다. 만약 아내의 나이가 남편보다 3년 아래라면, 남편의 60세 퇴직후 38년의 생존기간을 상정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퇴직후의 매월 생활비는 일정금액이 아닌 ‘비율’로 계산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퇴직 후 여유있는 생활을 하려면 월 300만원이 필요하다는 식의 자료가 발표되고 있지만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표대체율을 적용하는 게 합리적인 방법이다. 목표대체율은 퇴직 후 연간 지출액이 퇴직 직전의 연간 수입액에 대해 어느 정도 비율인가를 나타낸다. 연간 수입이 많을수록 목표대체율은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퇴직 직전 연수입이 6000만원이었던 직장인이 퇴직후 생활비 목표대체율을 60%로 잡는다면 퇴직 후 생활비는 연간 3600만원, 즉 월300만원이 된다.